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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Jan 21. 2022

고부(姑婦)와 함께했던 여행의 기억

Montana

몇 해 전 캐나다에 살고 있을 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손녀도 볼 겸 이모와 함께 어머니가 여행을 오셨다. 모든 시간을 가이드할 상황은 아니어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함께 가족여행도 하고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출산한 지 몇 달 안 돼서 부기도 제대로 안 빠진 아내로서는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어머니에 이모까지 오셨는데, 외국이다 보니 한 달 가까운 시간 동안 24시간 챙겨드려야 하는 상황이 않은가? 출산할 즈음에 오셨던 모님과 처형은 산후조리만 하시곤 그 좋은 8월의 로키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가셨다. 움직이기 힘든 둘째 딸 눈치 보인다고 여행은 가는 길에 샌프란시스코를 둘러보는 걸로 하시겠노라는 말씀을 남기다.


몇 달 전의 그 기억은 까맣게 잊은 채 늘 단순한 남자인 나는 이런저런 고민 없이 어머니와 이모, 아내와 딸을 차에 태우곤 세 시간을 달려 국경을 넘어서는 몬태나(Montana) 향했다. 그리고 다시 몇 시간을 달려 칼리스펠(Kalispell)이라는 소도시의 호텔에 짐을 풀었다. 최초의 국립공원인 글레이셔 내셔널 파크(Glacier National Park)와 물이 깊은데 너무 맑아서 사람들이 깊은 줄 모르고 뛰어들어 익사하는 경우가 있다는 플랫헤드 레이크(Flathead Lake)들르고 고잉투더선 로드(Gonig-to-the-Sun Road)에서 운전을 해보는 것이 여행 계획이었다. 이미 캐나디안 로키의 재스퍼(Jasper)와 밴프(Banff),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둘러봤기 때문에 몬태나 여행을 하고 나면 두 분께는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단순하게. 


그런데 그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었다. 난 무뚝뚝하진 않지만 민감하게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성격은 못 되었다. 아내는 시댁 식구들과 지내본 적이 없었고 어머니와 이모 역시 아들만 둘이라 며느리를 대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그 쉽지 않은 관계 사이에서 나는 약간은 무책임한 남편이고 아들이며 조카였다는 것을 여행을 하며 어렴풋이 깨달았다. 가끔 아내와 아이를 호텔에 쉬게 하고 관광을 하면서 무사히 여행을 마쳤지만 고부관계를 너무 편하게 생각했던 것은 남편의 이기적인 생각이었다는 걸 살면서 곱씹게 된다.


다행인 건 단지 어려운 관계라서 힘들었던 거지 특별한 문제는 없었고 여행을 통해서 고부간의 사이가 더 가까워지기도 했고 상냥한 이모는 친척 중에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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