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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ke Oct 20. 2021

누구나 어느 정도씩은 지질하다

코로나 블루 때문이었을까? 부족하고 후회되던 과거의 일들이 자꾸 떠올랐다. "삶의 흑역사"라고 생각될법한 일들 말이다. 주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모두가 똑같았다. 자신만 퇴보하는 것 같은 우울감에 다들 괴로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두려움 앞에서 좋은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우리의 뇌를 지배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나쁜 기억들이 떠오르는 걸 막기 위해서 다들 뭔가를 해보려고 했다. 나 또한 그런 이유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아내 역시 같은 이유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하게 됐다. 운동을 열심히 하며 그 시간들을 버티던 분들도 있었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막는 제각각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의 태풍이 휘몰아치고 간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해결책의 전부는 아니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뭔가를 하며 이겨내는 것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해서 바르게 자각하는 것이었다. 별 볼 일 없는 것이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 말이다. 우리 자신이 사실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우리 모두는 어쩌면 더 많이 성숙하게 됐을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며 성공해 가는 과정 가운데서 잊고 있었던 우리 각자의 별 볼일 없는 현실들을 대면하면서 많은 이들은 의도치 않은 자아성찰을 경험했을 터이다.




학창 시절 주위에 한두 명쯤은 "찌질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들이 있었다. 대단히 지질하지 않더라도 그저 좀 더 순진한 친구들을 장난스럽게 부르던 별명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 모두 어느 정도씩은 지질하다. 못난 구석을 누구라도 가지고 있고, 혹시 잘 감춰졌을지라도 삶이 무너지는 어느 순간 그것은 여지없이 튀어나온다. "찌질함(지질함)"말이다. 완벽해 보이던 사람도 작은 실패 앞에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멘털이 한 번 무너지면 다들 지질해 보인다. 그것이 일이든, 연애이든, 가정사든지 간에 사람은 누구나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나약한 존재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어느 정도씩은 지질하다는 생각을 가져보는 것이 정신건강에 꽤 도움이 되겠다.


코로나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나의 부족함을 빨리 인정하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갑자기 사업에 문제가 생기고 직장에 나가지 못하는 삶의 문제들이 발생했다. 공부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그렇다. 스스로가 받아야지 마땅하다고 느꼈던 대우와 인정들로부터 어느 정도씩은 멀어졌다. 우울감은 그래서 경험하는 것일 거다.


우리 모두 정신승리라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 별거 없고,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불가항력적인 인생의 고난 앞에 서면 사실 별 볼 일이 없다. 나든지, 너든지, 혹은 우리든지 모두가 사실은 지질하다는 걸 공히 인정한다면, 그리고 그저 있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자 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더 편해질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그것이 오히려 우리 인생의 진실에 좀 더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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