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
가을, 이른 새벽 같은 그대에게
시월, 늦은 밤 같은 내가
오고갑니다
그 날, 박제된 서로의 기억이
오늘, 바람처럼 옷깃을
스치웁니다
꼭 닿아야할 밤과 새벽인 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려합니다
그대여 우리의 시간은
어제와 오늘이 아닙니다
그대여 우리의 시간은
하루, 이틀, 사흘이 아닙니다
그대여 우리의 시간은
한 번, 두 번, 또 세 번
다시 한번, 두 번, 세 번입니다
생생한 만남과 다 바랜 그리움이
번갈아 오가는 탓입니다
한 알 미움이 없이
아득함만 남은 탓입니다
아직 풋내나듯 순수했던
농익은 듯 세월을 앞서간
사람과 사람이 잠시 스쳐진
인생과 인생이 살짝 포개진
그날, 바로 그날 탓입니다
시월, 이른 새벽 같은 그대와
가을, 늦은 밤 같은 나 말입니다
단절 없이 오가는
한없이 스치우는
서로 오려 하는 그대와 나 말입니다
아득한 추억에서 온 새벽 문자 하나가
게으른 나를 일으켜 편지를 쓰게합니다.
우연히 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연히 가는 사람도 없습니다.
내게 오고간 모든 그대가 그랬습니다.
내게 오고간 모든 그대가 따스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없을 아름다운 이 가을,
마지막 밤이 더없이 아름다운 시월에 말입니다.
내게 오고가는 모든 그대 -
이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따스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