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아파트에 배달 간 날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배달을 간 적은
지금까지 세 번 있다.
한 번은 전혀 다른 동
한 번은 내가 사는 동
그리고 한 번은...
괜히 심장이 두근거리던 날이었다.
그날 간 곳은
우리 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사는 집
가족끼리도 자주 오가던 바로 그 동이었다.
심지어 같은 라인의 다른 층.
엘리베이터 앞에서라도 마주치면
분명 이렇게 물었을 것이다.
“어, 여기서 뭐 하세요?”
그리고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딱히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아내도 내가 이 일을 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날 같은 상황은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쪽이었다.
아이들 사이
엄마들 사이
분위기 어색해지는 건 좀 피하고 싶었고
뭔가 복잡하게 얽히는 느낌도 싫었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고 싶은 순간이랄까.
그래서 그날은
차를 동 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 댔다.
현관 앞에 들어설 때도
괜히 주위를 한번 둘러봤고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혹시라도 마주칠까
평소보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배달을 마치고 내려올 땐
1층 대신 2층에서 내렸다.
그리고 인기척을 살핀 뒤
계단으로 조용히 빠져나왔다.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괜히 눈치가 보이고
혼자 두근두근했던 날이었다.
가깝다는 이유로 별생각 없이 수락했던 그 날이
이렇게까지 기억에 남을 줄은 몰랐다.
그래도 단지 입구는 편했다.
경비실에 연락하지 않아도 되고
몇 동 몇 호인지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방문지를 물어보는 사람도 없고
정문이냐 후문이냐 고민할 일도 없었다.
동 배치도는 익숙했고
건물 동선도 눈 감고도 떠올랐다.
그날의 나는
익숙한 곳을 지나며
익숙하지 않은 마음을 겪고 있었다.
배달을 마치고 1층 공동현관을 나올 때
괜히 안도의 숨이 나왔다.
아무 일도 없었고, 다행히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이젠 웃으며 말할 수 있다.
“그날은 좀, 두근거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