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기술

달릴수록 멈추는 법을 배운다

by EveningDriver

어떤 밤은 콜을 하나 더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배달조차 배송지까지 한참이 남은 상태인데
조건이 괜찮은 콜이 뜨면 무심코 손이 간다.
그리고 곧 알게 된다
지금 배송이 늦어지고 있다는 걸
다음 배송이 꼬이고 있다는 걸
결국 내 욕심이라는 걸.

쿠팡은 거의 도착했을 때쯤 다음 콜을 주는 편인데 비해
배민은 아직 한참 남았을 때부터 다음 제안을 띄운다.
기회처럼 보이지만
괜히 받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걸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

이 일은 마음만 먹으면 밤새도 할 수 있다.
콜만 있다면, 체력만 받쳐준다면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새벽 1시, 2시까지 일하고 나면
다음 날 회사에서 몸이 무겁다.
생체 리듬도 무너진다.
몇 번 겪고 나서야
그 다음 날이 얼마나 긴지 알게 됐다.

운전 중에도 절제는 계속된다.
이 신호를 잘 넘기면 다음 신호도 초록 불일 확률이 높다
빠르되, 제한속도는 넘지 않으려 한다.
계산과 주의가 동시에 굴러간다.

매일 집으로 향하는 길에 생각이 맴돈다.
신호, 괜찮았을까
속도, 넘기진 않았을까.

신호 대기 중 맨 앞에 서 있는 라이더들을 보면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된다.
그 자리에 서서, 그 생각을 해본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조금씩 절제하는 쪽을 선택한다.
수익보다 리듬을 지키는 쪽으로.
예전보다 덜 흔들리고 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이 일을 하며
조금씩 멈추는 법을 배우고 있다.


절제는 이 일의 또 다른 기술이다.
그리고 그 기술을 아는 사람이
조금 더 오래 달릴 수 있다.

나도 이제
조금은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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