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건 겉모습이었다
배달을 하다 보면, 종종 상호가 다르다.
앱에 뜨는 이름은 'OOO국밥', 도착해보면 'OO키친'.
처음엔 당황했다
위치를 잘못 찾았나 싶어서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이젠 안다
상세설명란에 숨어 있는 진짜 이름과 조리장 정보.
이제는 당황하지 않는다.
그 이유도 알 것 같다.
하나는 여러 브랜드를 걸어보는 전략일 테고
또 하나는 단순히 한 주방 안에서
다양한 메뉴를 실험해보는 구조.
요즘 흔한 '공유 주방' 시스템이다.
영화로 치면 스핀오프 같은 경우도 있다.
홍콩식 주점에서 중국식 매운닭강정 전문점으로,
민속주점에서 전집으로,
반찬가게에서 제육 맛집으로.
간판만 바뀌었을 뿐, 주방은 그대로다.
배달에 특화된 메뉴에 집중하는 것 뿐이다.
가끔은 더 과감하다.
한식, 해산물찜, 냉면전문점이 전부 한 주방 안에 있다.
모두 다른 이름, 다른 포장지.
처음엔 이럴 수 있나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이해도 된다.
어차피 배달이니까. 맛만 있고 위생만 철저하면 괜찮다.
그런데 나에게 변화를 가져온 부분도 있었다.
예전엔 자주 배달을 시켰던
소고기뭇국과 해장국, 국물 좋은 국밥집.
그리고 크림과 토마토를 오가던 파스타집.
포장 상태도 깔끔했고,
리뷰도 좋아서 당연히 홀 매장도 있는 줄 알았다.
메뉴 구성을 봐도 하나에 집중한 일반적인 식당처럼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메뉴들을 자주 시켰던 가게들이 공유 주방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작은 건물 안, 간판 하나 없이 운영되는 공용 주방.
익숙했던 음식들이 그 공간에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는,
왠지 예전처럼 주문하기가 망설여졌다.
거창하게 말하자면, 원효대사의 해골물 같다.
어두운 밤엔 감로수 같던 물이
아침이 되자 해골물로 보였다는 이야기.
배달 음식도, 사람의 감정도 결국 그런 것이다.
보는 시선이 바뀌면, 진실도 달라진다.
어쩌면 내 삶도 그렇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출퇴근하고,
안정적인 직장도 다니고,
이렇게 밤에는 배달도 한다.
겉으론 근면하고 성실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속은 다르다.
지쳐있고, 힘들고,
어딘가 부서진 채로 견디고 있다.
화려한 겉포장은 있지만,
그 안은 버텨내는 하루하루일 뿐이다.
그 식당들을 다시 주문하지 않는 건
단지 맛 때문은 아니다.
나는 내 안의 허상을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제야, 진짜를 바라보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