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에 과속 방지턱이 있습니다

공짜 지름길은 없다

by EveningDriver

배달에서 수익을 높이는 건
결국 좋은 단가의 건을
좋은 동선으로
신속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일이다.
이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중 하나는
빠른 길을 찾는 것이다.

빠른 길이라 함은 보통
더 짧은 거리를 말한다.
그래야 시간이 줄고 연료도 아낀다.

음식점이나 배송지로 향할 땐
항상 티맵이나 카카오맵을 켠다.
최소 두 개 이상의 루트를 제시하는데
하나는 비교적 먼 거리지만 대로를 이용한 길,
다른 하나는
좁고 꼬불꼬불한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길.

초반엔 지름길이 뜨기만 하면
“오, 예스!”
고민도 없이 선택했다.
확실히 빠른 길인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먼저,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길.
주차된 차들 사이를
긁히지 않게 조심하며 지나가야 했다.

경사가 가팔라
엔진 소리가 굉음을 낼 만큼
숨이 턱 막히는 언덕길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골목이 아니면,
체감상 30미터마다 나오는 과속방지턱이
허리와 차체에 연달아 충격을 줬다.


이쯤 되면 빠른 길이 아닌,
‘고생길’이었다.

이런 날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새 다음 배달 땐
웬만하면 큰 길을 선택하게 된다.

네비게이션이 거리가 더 먼 길을
1번 루트로 추천하는 이유도 이제는 알 것 같다.
단순한 거리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안정성
그리고 검증된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물론, 지름길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실제로 유용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거기엔 늘
다른 종류의 신경 쓰임이 따라붙는다.
작든 크든, 요행은 없다.


그래서 요즘은
지름길을 무조건 반기지 않는다.
그 길이 진짜 ‘효율’인지
한 번 더 들여다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과속방지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은 그저 불편한 장애물이라고 여겼지만,
지금 보니
나처럼 마음이 급한 사람들과
그 주변을 지나는 누군가의 안전을 위한
소중한 장치였다.


배달에서도
내 삶의 길에서도
빠르게 가는 것보다
끝까지 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걸 이제는 안다.


때로는 돌아가고, 때로는 멈추고,
그렇게 한 걸음씩 내딛는 일이
결국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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