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였고 지금은 누구인가
매일같이 여행과 맛집, 술과 영화,
투자와 육아 이야기를 나누던 단톡방이 있다.
스무 살 전에 만나,
이젠 서로의 배우자와 아이 이름까지
자연스레 기억하게 된 친구들.
누구 하나 툭 던지면,
그날 하루는 그 얘기로 쭉 이어졌다.
그 방에서 내가 마지막으로 말을 남긴 날이
곧 반년 전이다.
누군가는 퇴근길에 소주를 마시고,
누군가는 캠핑을 가고,
누군가는 둘째 유치원 적응기를 나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대화의 뒷줄에서 말이 없어졌다.
내 사정을 조금은 아는 친구들도 있지만
평소와 다름 없는 수다에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다.
반면 요즘 더 자주 손이 가는 방이 있다.
배달라이더 오픈채팅방.
익명의 사람들이지만, 익숙한 닉네임들.
그날의 수수료, 미션 목표, 지역 날씨,
그날의 주요 집회, 비 오는 날 브레이크 잘 잡는 법,
배달수단 점검 주기, 배달 대기 장소,
그리고 기사식당 제육볶음 맛 비교까지.
처음엔 조심스럽던 내가
요즘은 답글도 달고
익명 뒤에서도 조금씩 나를 드러내고 있다.
내가 주문한 음식을 라이더 분에게 전달 받을 때
혹은 퇴근길 신호대기 중
옆에 멈춰 선 오토바이를 볼 때
식당 앞에서 조리대기중인 누군가를 볼 때면,
아주 잠깐, 스쳐가는 상상을 해본다.
혹시, 단톡방에 있는 분일까.
혹시, 지금 나와 함께 그 안에 있는 사람일까.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지금,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예전 단톡방은 나의 과거 같다.
지금 이 오픈채팅방은 나의 현재다.
그리고 이 시간이 끝난 후
나는 또 어떤 나로 살아가게 될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지금의 이 시간은,
허튼 시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