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를 끓이는 낯선 손

이국적인 손, 한국적인 맛

by EveningDriver

요즘 들어 배달 픽업을 나가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조리 중인 주방에서
외국인을 마주치는 일이 꽤 잦다는 것.

처음엔 ‘오, 중국 분들이네’ 하며 넘겼다.
이미 익숙한 풍경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양꼬치집이라면
오히려 본토 느낌으로 맛에 신뢰가 갔고.

그런데, 시작(?)은 치킨집이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에도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치킨집들이 꽤 많은데,
그 튀김 냄새 가득한 매장에서 닭을 튀기고 있는 분들이
중동권 출신처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능숙한 튀김 스냅을 보다 보면
‘오.. 이분은 사장님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수년간 쌓아온 내공으로 보여서.

어제는 김치찌개와 김치찜 배달 전문점에 갔다.
넓은 주방에 직원만 4명 이상.
화구는 족히 10개는 넘어 보였고
불 위에는 뚝배기와 냄비가 빼곡했다.

고개를 들었는데,
또 익숙하지 않은 중동권 외모의 세 분이
빠르고 정확하게 찌개를 휘젓고 있었다.
그 중 한 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물었다.
“주문번호 몇 번이세요?”
그리고는 유창한 발음으로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고백하자면, 나는 잠깐 멈칫했다.
김치찌개를 끓이는 중동사람이라니.
아, 무슬림 이라면 돼지고기를 다뤄야 하는 김치찜은 좀 이상하다.
그렇다면 혹시 인도 또는 네팔에서 오신 분들일까.
어떤 경우든 사실 그렇게 놀랄 장면도 아닌데...

왜 의외였을까?
한식은 한국인이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생각?
‘익숙함’이라는 필터에 갇힌 내 시선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 있는 수많은 외국음식 전문점에서
그 음식을 한국인이 만들고 있지 않은가.
그걸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음식은 왜 예외여야 할까.

그 순간,
내가 가진 생각의 틀이 너무 작았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배달을 하게 될 줄 몰랐던 것처럼,
누구나, 무엇이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

생각의 전환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낯선 찌개 한 그릇에서
익숙함을 깨는 경험이 시작되는 것처럼.

틀 밖의 경험은 늘 낯설지만,
그 방향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낯섦은
꽤 자주
나를 설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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