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을 밀고 나가는 힘

선택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에서 완성된다

by EveningDriver

처음엔 콜이 뜨면 무조건 받았다.
고를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선택이란 건 여유 있는 사람들만 하는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거절’이라는 기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위로 슬쩍 스치면
더 높은 배달비와 더 나은 동선의
콜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
한 번쯤은 내가 이 판을 주도하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뒤엔 늘 약간의 정적이 있었다.
한두 번 거절했을 땐 다시 다른 콜이 금방 뜨지만,
세 번, 네 번 거절하면 그 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슬며시 불안이 올라온다.

거절이 반복되면 마치 밀당을 하듯 긴 정적이 찾아온다.
라이더들은 이걸 '콜사(Call死)'라고 부른다.
그렇다, 콜이 죽었다는 뜻이다.

탈무드에 나오는 옥수수밭 이야기가 떠올랐다.
긴 옥수수밭을 걸으며
단 한 개의 옥수수만 고를 수 있다면
언제 손을 뻗어야 할까?

너무 일찍 고르면
더 크고 알찬 옥수수를 놓칠 수 있고,
끝까지 욕심내다 보면
마지막에 남은 작은 옥수수를 고를 수밖에 없게 된다.
지나온 길은 돌아갈 수 없고, 기회는 단 한 번.

선택의 본질은 어쩌면
그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배달 콜도 그렇다.
거절한 콜보다 나은 게 올 수도,
더 나쁜 게 올 수도,
한참 안 올 수도 있다.

내가 거절한 콜이 어떤 라이더에게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좋은 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픽업과 배달지 모두 가까웠을 수 있고,
한참을 기다리던 콜이었을 수도 있다.
나에겐 지나가는 선택이었지만,
누군가에겐 반가운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든
그 결과가 좋았다 나빴다 말하긴 어렵다.
비교할 수 있는 기준도,
다시 해볼 기회도 없기 때문이다.
더 좋은 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과,
이 선택이 최선일지도 모른다는 희망 사이에서,
나는 달리고 있다.

콜을 거절할 때마다 나는 다시 그 밭에 들어선다.
뒤쪽에는 이미 지나간 옥수수,
앞쪽엔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
그 사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의 판단뿐이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건, 나의 태도다.
그 순간 내가 내린 판단을 믿고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
선택은 완벽할 수 없지만,
다음을 살아가게 해주는 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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