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마트에서는 돌덩이를 판다

오늘도 웨이트 각

by EveningDriver

배민 B마트.
저렴하지도 않은데 누가 여기서 주문하나 싶었다.
나도 한밤중, 컵라면이나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간식이 간절할 때 몇 번 이용해본 적은 있지만
자주 찾게 되진 않았다.
자주 가는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비싸니까.

B마트는 원래 ‘즉시 배달’을 앞세운 서비스였을 것이다.
갑자기 필요한 간식이나 생필품.
가볍고 빠르게 도착하는, 그런 컨셉.

그런데 막상 배달을 해보면
그런 주문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생수 2L, 이온음료 2L, 콜라 1.5L, 주스 1L,
냉동만두 1.4kg, 김치 1kg, 순대국 600g, 갈비탕 500g.
그마저도 하나씩 주문하는 경우는 드물다.
20kg 넘는 건 금방이다.

어떤 날은 비닐봉지 무게가 심상치 않아
속으로 한 번쯤 의심하게 된다.
‘진짜 돌덩이라도 넣은 건가?’

그런면에서 B마트는 나름 정직하다.
대용량이 담긴 건에는 배달비 할증이 붙는다.
거리가 가까워도 단가가 높게 책정된다.
그러니까, ‘각오하라’는 뜻이다.

막상 픽업 장소에 도착해
세 개, 네 개씩 묶인 비닐봉지를 확인하는 순간,
속이 살짝 쓰리다.


그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를 때면, 내가 힘들수록,
특히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이라면 더더욱,
그만큼 필요한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저도 덕분에 먹고 삽니다만.

B마트 픽업대는 늘 붐빈다.
10~20개쯤 되는 묶음들이 놓여 있고,
라이더들은 주문 번호를 재빠르게 확인한 뒤
자신의 건이 아니면 자연스럽게 뒤로 빠져선다.
누가 정한 건 아니지만
다들 아는 암묵의 질서다.

가득 찬 봉지 묶음을 들고 나가는 라이더를 향해서는
서로 응원의 눈빛을 건넨다.
‘고생 좀 하시겠네요’
말로 하진 않아도 다 안다.

그렇게 라이더들 사이를 가르며
누군가는 비닐봉지를 들고 묵묵히 출발한다.
마치 작은 전장으로 향하는 사람처럼.

‘이제 곧 내 차례’라는 나를 향한 무언의 격려가 흐른다.

혼자 하는 일이지만,
B마트에서는 조금 덜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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