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타이밍이다

한밤의 역전극

by EveningDriver

주말 저녁, ‘3시간에 9건’ 배달 미션이 열린다.
보통 밤 9시부터 자정까지.
조금만 부지런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미션이다.

지난 토요일, 아이를 재우고 9시 반쯤 집을 나섰다.
앱을 켜보니 이미 미션은 시작 중.
주차장에 도착해 시동을 건 건 9시 35분쯤이었다.

‘오늘은 어렵겠네.’
잠깐 아쉬움이 들었지만,
뭐든 타이밍엔 이유가 있는 법.
마음을 내려놓고 출발했다.

첫 콜은 매운 닭발.
무사히 배달했지만 벌써 10시.
‘역시 쉽지 않겠군.’

이어서 한 치킨집에서 동시에 두 건의 콜.
가깝고 단가는 낮지만, 동선은 효율적.
머리 굴리기 싫던 날이라 그대로 수락했다.

그렇게 3건.
이후 2건을 더해 총 5건을 채웠다.
여섯 번째를 픽업하고 보니 11시 5분.

‘아직도 4건이나 남았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그때부터, 이상하게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여섯 번째 배달지는 처음 가보는 동네의 한 주택.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 들어가야 했다.
주차를 하고 골목을 찾는 중,
어디선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 젤라또 배달이신가요? 여기 골목이 좀 헷갈려서요.”

앱을 보고 먼저 나와준 고객이었다.
그 순간, 말도 안 되는 반가움이 밀려왔다.
“오! 감사합니다~”

다음은 곧바로 2건짜리 멀티콜이 떴다.
가깝게 픽업해, 인접한 동네로 나누어 배달.
‘어라, 이건 해볼 만한데?’

쿠팡 미션은 자정 전에 ‘수락’ 처리한 건까지 카운트 된다.
지금 두 건을 배달하고,
자정 전에 마지막 한 건만 수락하면
그 이후에 배달지에 도착해도 미션은 인정된다.

슬슬 기대가 생겼다.
나는 혼잣말로 다시 주문을 외웠다.
“오케이~ 해보자~ 할 수 있다~ 끝까지 집중~”

여덟 번째는 유엔빌리지 고급 빌라.
11시 40분, 골목 한쪽에 주차하고
앱이 가리키는 위치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거긴 굳게 닫힌 거주자용 차고 입구뿐.
지도는 맞는데, 일반 출입구는 없었다.
아마도, 건물 반대편 골목쪽이 출입구인듯 했다.
그쪽으로 가려면 유엔빌리지 일방통행 길 끝까지 나가서
다시 다른 골목으로 돌아 들어와야 하는 루트.

‘아... 이건 어렵겠다.’

그때,
차고 앞에 한 여성분이 다가왔다.
그리고 손에 쥔 무언가를 누르자 차고문이 열렸다.
나는 직감적으로 다가가 말을 건넸다.

“실례합니다, 배달인데요! 혹시 이쪽이 ○○빌라 맞을까요?”

그분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여기 말고, 입구는 반대편이에요....
근데 혹시 50X호 치킨 배달이신가요?”

“네네! 맞습니다!”

그 분은 웃으며 말했다.
“저 주시면 됩니다. 고생 많으세요.”

'와우, 대박!'
30초 남짓한 대화였지만,
기분이 확 좋아졌다.
‘와, 진짜 오늘은 되는 날인가 보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가 남아 있었다.
유엔빌리지 안쪽은 콜이 잘 안 뜬다.
서둘러 바깥으로 빠져나오며 되뇌었다.

“아무거나 떠도 그냥 잡자! 망설이지 말고!”

11시 50분 무렵,
피자 배달 콜이 떴다. 내용도 안 보고 수락했다.
이제 이걸 무사히 픽업해서 배달하면 미션 성공이다.

그제야 배송지를 봤다.
허허, 이날 배달 중 가장 먼 거리였다.

쿠팡아, 내가 거절 못 할 타이밍에
또 이렇게 하나 툭 찔러 넣는구나.
조금은 웃겼다.
오늘도 내 감정은 쿠팡 손바닥 위에서,
신나게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리고 새삼 든 생각.

역시 그렇다.
불변의 법칙.
인생은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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