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의 유니버스는 확장된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참 많은 이들의 하루에 스쳐간다.
내가 다니는 지역과 시간대 특성상,
배달지는 주택이 가장 많다.
아파트, 단독주택, 빌라, 오피스텔.
보통은 저녁시간을 막 지난 시각이다.
하루를 마치고 잠시 쉬려는 사람들,
혹은 아직 정리하지 못한 하루를 붙잡고 있는 이들의 시간.
문 앞에 조용히 음식을 두고 돌아설 때면,
안쪽에서 들리는 생활의 소음들이 잠깐 스쳐간다.
의외로 자주 배달하는 곳이 또 다른 음식점이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의 직원식사, 혹은 야식인 듯싶다.
가게 간판 불빛 아래서 픽업과 배달이 교차된다.
식당도 누군가의 일터니까.
가끔은 호텔. 대개는 객실 번호만 적혀 있다.
보통 카드키 없이는 해당 층에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리셉션을 통해 연락한 뒤 로비에서 만나 전달하게 된다.
외국인 고객도 있어 종종 전달 과정이 쉽지 않지만,
이왕이면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끝까지 친절하게 응대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동대문. 새벽에도 환하게 켜진 의류 도매시장.
그 호수를 찾아가는 길은 꽤나 복잡하고 어렵다.
실내에서는 지도보다 현장을 더 의지해야 한다.
하지만 그 길 위를 오가며 스치는 사람들,
거기서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받는다.
그 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생생함이 있다.
성가대 연습중인 교회 청년부에도 몇 번 갔다.
그런 주문은 제법 따뜻하다.
'3층 ㅇㅇ홀로 와주세요, 더운 날씨에 감사합니다!'
익명성의 앱 속에서도 누군가는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병원에 자주 간다.
순천향대, 서울대, 한양대, 건국대병원.
어쩌다 보니 내 반경 안에 그렇게 많은 대형병원이 있다.
거리나 단가는 따지지 않고 가려 한다.
그곳엔 늘 고마운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병원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아내가 임신하고부터 병원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
크고 작은 병원들을 거치며 받은 친절이 많았고,
그 고마움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그래서 병원에 배달하는 콜이면 왠지 거절하지 못하겠다.
어쩌면, 나 혼자 의미를 부여하며 나름 뿌듯해하는 걸지도.
약간 이기적인 감정일수도 있지만,
뭐, 좋은 쪽의 이기심이면 괜찮지 않을까.
병원은 직접 고객을 마주할 일이 거의 없다.
응급실, 연구동, 간호사생활관, ㅇㅇ센터,
주로 안내데스크나 경비실 옆에 음식을 놓는다.
동대문 시장의 에너지와는 또 다른 종류의 긴장감.
조용히 깔린 마음의 무게 같은 것이 생긴다.
가끔 음식 양이 많고,
누가 봐도 여러 명이 먹을 것 같을 땐, 상상하게 된다.
아마 누군가는 회진을 끝내고, 간호 기록을 마치고,
누군가는 그냥 모여서 숨 돌리는 중이겠지.
그 짧은 식사의 시간에 내가 뭔가를 건넸다고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일은, 정말 다양한 삶의 조각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때로는 그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우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오늘도 수많은 우주를 지나며
잠시 그들의 궤도에 닿는다.
서로 다른 궤도를 돌고 있지만
그 모든 우주는 어딘가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