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는 천천히 도착한다
나는 평소, 차로 배달을 하는 내 일이
꽤 괜찮은 조건이라고 여겼다.
오토바이 라이더들에 비해 덜 위험하고,
폭우가 쏟아져도, 바람이 불어도,
덥거나 추워도 창문만 닫으면 그만이었다.
에어컨도 있고, 신호 대기 중엔 물도 마실 수 있다.
그래서 가끔, 비바람을 뚫고 지나가는 라이더들을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저건 진짜 아무나 못 하겠다.’
그 생각에는 분명 존경이 담겨 있었지만,
동시에 어딘가 나와는 다른 삶이라는
조용한 경계의식도 있었던 것 같다.
음식점 앞에서 대기할 때, 내 모습은 쉽게 구별된다.
헬멧도 없고, 상대적으로 복장도 가볍고,
누가 봐도 오토바이 배달은 아니니까.
그럴 때면,
다른 라이더들의 시선이 나를 훑고 지나간다.
‘저 사람은 참 편하게 일하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다른 모습엔 시선이 머무니까.
운전 중 신호에 걸려,
옆에 오토바이 라이더가 정차해 있으면
나는 슬며시 창문을 닫곤 했다.
배달앱 콜이 울릴 때면,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시선을
괜히 민망하게 의식했던 적이 있다.
그렇게, 같은 일을 하면서도
나는 거리를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비가 내리던 지난 금요일, 작은 일이 하나 있었다.
어느 주상복합 건물.
지하 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이 닫히기 전, 출입구 쪽에서
다른 라이더 한 분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올라가세요?" 하고 물었고,
그분은 "네, 37층이요" 하며 같이 탔다.
나는 38층.
배달을 마치고 다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에도
우연히 그분과 함께 타게 됐다.
나는 무심코 지하 1층 버튼을 눌렀지만,
머릿속이 조금 헷갈렸다.
‘지하 2층이었나?’
그 순간,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그분이 말했다.
“지하 2층이에요. 1층은 제가 취소할게요.”
고맙다고 인사드리자, 그분이 물었다.
“차로 하세요?”
잠깐, 머쓱했다.
‘편하겠네요’라는 말이 이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예상 밖이었다.
“아이고, 힘들겠네...
매번 주차 자리 찾고,
아파트 들어갈 때마다 허락도 받아야 하고...
그거 번거롭잖아요.”
순간, 마음이 멈칫했다.
그 말은 내가 가진 편의보다
내가 감당하는 번거로움에 먼저 닿아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 환경이 조금 더 나은 것이라
당연하게 여겨왔던 건 아닐까.
내가 느낀 건 단순한 배려 이상의 것이었다.
여러 생각과 감정이 층층이 마음에 쌓여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짧은 순간 동안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부끄러움, 고마움, 그리고 어딘가 찔리는 마음까지.
그 잠깐의 동행 이후,
나는 이 일을 바라보는 내 마음에도
조금 더 여유와 겸손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날의 엘리베이터는
그저 오르내리는 공간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