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체험 극과 극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은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비교체험 극과 극’이라는 예능 코너가 있었다.
하나는 최고급, 하나는 반대의 것.
두 가지 상황을 나란히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지금도 또렷하게 떠오르는 건
당시 신인가수 지누션이 출연했던 회차다.
지누 씨는 호텔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코스를 즐기고,
션 씨는 종로 김치찌개집에서 점심을 먹는 구성.
극적인 대비가 웃음을 주던 프로그램이었다.
배달 일을 하다 보면
‘극과 극’이라는 표현이 떠오를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거리 기준으로 가장 가까웠던 건은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픽업한 치킨을
옆옆 빌라에 배달했던 일이다.
배달앱 지도상 목적지를 보고 좌표 오류인 줄 알았다.
음식 픽업 처리가 되지 않아
아직 치킨집을 목적지로 찍고 있는 줄 착각했을 정도다.
가장 멀었던 건은 두 번이 기억난다.
종로3가의 치킨집에서 성북구 정릉까지,
한양대 근처에서 덮밥을 픽업해 종로구 삼청동으로.
이쯤 되면 앱이 알아서 걸러야 하는 거 아닌가,
기가 막히다 못해 웃음이 나오는 순간들이다.
아마 고객은 거리보단 음식 종류나
도착 예상 시간 정도만 보고 주문했겠지.
이 일을 해보니 실감하게 된다.
가까운 곳에서 음식을 주문해야
확실히 더 따뜻하게,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것.
양으로 얘기하자면 역시 배민B마트 배달.
20만 원 넘는 주문 금액에 대형 봉투 네 개를 실었다.
무게로도 단연 최강이었다.
반대로 가장 가벼웠던 건,
패스트푸드점에서 케첩과 냅킨만 배달했던 일.
케첩이 누락되어 재배달 하는 건이었는데,
정말로 봉지 안에 케첩과 냅킨만 들어 있었다.
이건 거의 '믿거나 말거나' 수준.
너무 가벼운 내 손이 민망할 정도였다.
건당 수수료 기준으로 보자면,
가장 낮았던 건 방금 말한 그 옆옆 빌라 건이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패스트푸드점 배달 건에서
자주 보게 되는 최저 배달비.
반대로 가장 높았던 건은...
성수동에서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이제 그만 집에 갈까’ 고민하던,
비 내리는 금요일 밤이었다. 자정이 넘어 사실 토요일.
앱을 꺼야 하나 싶던 그때, 콜 수락 알림이 울렸다.
눈을 의심했다.
단건 배달인데 수수료가 최저 기준의 약 5배.
몇 번이고 다시 확인하고는 빠르게 방향을 돌렸다.
건대입구 먹자골목의 이자카야에서
15만 원어치의 음식 두 봉지를 픽업했고,
배달지는 ‘워커힐호텔 ㅇㅇㅇㅇ빌라’.
네비게이션을 따라
워커힐 호텔 뒤편 산길을 오르자
불빛 하나 없는 도로에 고요한 경비소가 나왔다.
'이런 곳이 있었나?'
한 번, 두 번, 보안시설을 지나
나지막한 별장 같은 건물이 보이기까지.
그때는 마치 첩보 작전이라도 수행하는 느낌이었다.
문 앞에 도착하자,
정장을 입은 남자분이 정확히 그 시간에
밖으로 나와 음식을 받아갔다.
아무 말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렇게 임무는 무사히 끝났다.
하루에도 수많은 배달을 하며
익숙한 메뉴와 익숙한 지역이 편하지만,
낯선 동네의 콜이 뜨면
그 또한 궁금하고 은근히 기대된다.
물론 가끔은 기가 막혀 피식 웃게 되는 날도 있지만.
다소 익숙해진 나의 나이트라이프가
무료하지 않도록
배달앱이 선물해주는 작은 이벤트인걸까.
예상치 못한 장면에 이끌려 나가
내 몫을 해내고, 다시 돌아오는 밤.
그렇게 또, 설레는 밤이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