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위에서 살아남기
요즘의 더위는,
그냥 기온이 높다는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저 땀이 나고 더운 수준을 넘어서,
몸 전체가 뜨거운 김 속에 담가진 채로
서서히 익어가는 느낌이다.
무더운 공기가 목을 조르듯 눌러오고,
밤이 와도 이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태양이 사라진 뒤에도
도시 전체는 여전히
불을 끄지 못한 프라이팬처럼 달궈져 있다.
좁은 골목마다 숨 막히는 열기가 피어오르고,
차를 세우고 문을 여는 순간
나는 다시 이 거대한 불판 위로 걸어 나간다.
아무리 익숙해졌다고 해도
매번 몸이 움찔하고, 숨이 한 박자 느려진다.
이럴 땐, 오히려 자동차 안이
내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처럼 느껴진다.
에어컨을 가장 낮은 온도로 설정하고
차문을 닫는 그 순간,
나는 세상과 잠깐 분리된다.
다시 콜이 울리고, 수락하고,
도착해서 차문을 열면 다시 바깥이다.
바깥은 늘 준비돼 있었던 것처럼
후끈한 열기로 반갑게 날 맞이한다.
팔을 감싸는 공기는 눅눅하고,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무겁고 더운 증기로 바뀌어 있다.
열기 속을 걸으며 생각한다.
이 더위는 나에게 너무나 정직하다.
어디서 숨이 차오르는지,
어디서 짜증이 끓어오르는지
모든 걸 들춰내고 말게 한다.
하나씩 배달을 마치고 다시 차로 돌아가는 길,
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다시 그 시원한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지금 이 여름을 버틸 수 있는 방법은
그 안에 있는 짧은 시간들이라는 걸
몸이 먼저 알고 있는 것이다.
차문을 닫고,
젖은 몸을 시트에 기대고,
찬 바람을 틀어본다.
기계음과 함께 차 안의 공기가 바뀌고
숨이 쉬어진다.
피식, 웃음이 난다.
그게 지금,
이 여름을 견디는 나만의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