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의 끝을 잡고

다신 널 볼 수 없길

by EveningDriver

배달을 마치고

다음 주문지를 향해 이동하던 중이었다.

운전 중 전화가 울렸다.

익숙한 번호였다.

쿠팡이츠파트너스 고객센터.

‘설마 오배송인가?’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받자마자 들려온 목소리.

“조금 전 ○○아파트에 배달하셨죠?”

“...네.”

“같은 단지 10X동에 회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가능하실까요?”


처음 받아보는 요청이었다.

이해하는 데 몇 초가 걸렸다.

“케이크인데요,

회수 완료 시 ○○○○원이 지급됩니다.”

상담원은 마지막으로 묻겠다는 어조였다.

일반 배달의 두 배는 넘는 금액이었다.

“아, 네! 가겠습니다.”


목적지를 안내받고

현재 배달을 마친 뒤 회수지로 향했다.

도착해보니 조각 케이크가 들어갈 만한

작은 비닐봉지가 있었다.

말없이 그것을 들고 다시 차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회수는 했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고객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 케이크, 가게에 다시 갖다 드리면 되나요?”


상담원은 “직접 처리해 주시면 됩니다.”라고 했다.

나는 되물었다.

“그 말은... 버려도 된다는 건가요?”

“잘 처리해 주시면 됩니다.”

“...네.”

전화를 끊고도 잠시 멍해졌다.


수고는 더 하지 않아도 된다니 다행인데

이걸 그냥 버리기엔 마음이 조금 걸렸다.

어차피 배달 중엔 쓰레기통을 만나기도 어려우니

일단은 배달을 모두 마친 후 생각하기로 하고

봉지를 조수석에 두었다.

혹시나 다시 전화가 와서

다른 요청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날의 배달이 끝나고

나는 그 봉지를 들고 집으로 들어왔다.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기 전

포장을 열어보니

겹겹이 포장된,

딸기 케이크 한 조각이 있었다.


포장도 그대로,

먹은 흔적도 없이 고스란히 배달된 모습이었다.


순간,

‘버리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출하던 타이밍과

‘지금 먹으면 딱일 것 같은데...’

물론, 나는 그걸 먹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내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그 케이크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조심스레 넣었다.

그 밤, 감정이 조금 이상했다.

누군가 먹지 않은 음식 한 조각이

그대로 내게 돌아왔고,

나는 그것을 끝까지 책임지듯 처리했다.


그날의 감정은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 묘했다.


어쩌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닌 것을 끝까지 감당해야 하는 순간에

문득 고개를 든,

내 안의 질문들이었다.

왜 이 음식을 내가 끝까지 들고 있어야 하지?

버릴 건데, 왜 버리기가 이렇게 망설여질까?


그 감정은 불편하고, 낯설고,

조금은 민망한 감각으로 다가왔다.


그 짧은 질문들 속에서

나는 내 안에 일어난 감정을

조용히 하나씩 회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음식 하나를 둘러싼 일 덕분에

잠시 스스로를 들여다보게 된,

조용하고 이상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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