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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Mar 02. 2022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셋넷 여행 이야기 41 : 2017 다시 인도


퐁티쉐리 가는 길인도 마지막 날(8월 14)

지금의 20대들과 오래전 20대였던 내가 꿈결 같았던 여름을 인도에서 보냈다. 잠시 감동했지만 한동안 어리둥절했고 더 많은 시간 불편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이 견뎌온 시절과 버텨온 삶을 타인의 고난보다 힘겨워한다. 내 20대 역시 지금의 예지가 견디고 있을 시절보다 단순했지만, 그가 버티고 있는 시절보다 짙은 어둠이었다. 글이가 내뿜는 거침없음과 무례함에 상처받으면서 내 20대의 무모함과 몰염치를 떠올렸다. 집요하게 자신에게 몰두하는 보미의 자기 사랑은 상실의 슬픔과 고난의 대가겠지만, 내 20대의 이기적인 욕망과 좌절의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던 걸까?      


인도를 떠나며

예지는 내 20대 사랑이 빚어놓은 지금의 나를 보며 난해한 표정을 짓는다. 글이는 내 20대 용기가 채운 지금의 나를 대하며 난감한 몸짓을 드러낸다. 보미는 내 20대 꿈이 선사한 지금의 나를 난처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다. 그렇듯 소 닭 대하듯 한 시절을 살아간다. 소와 닭의 무심함과 게으름이 뭐 그리 대수랴. 중요한 건 오랜 세월 한 하늘 아래에서 다듬어온 평화로운 소통과 타자에 대한 정중한 예우가 아닐까. 한 생명이 또 하나의 생명에게 건네는 참된 존중과 따뜻한 농담 말이다. 더 이상 그대를 변화시킬 맹목을 알지 못한다. 타인을 위해 내가 변화되어야 할 명예로운 삶에 기대지 않으리니, 세상은 어제보다 더욱 단단해지고 우리가 갈망하는 자유는 낡아지는 깃발일 뿐이다. 욕심과 억지를 내려놓고 바람의 뜻을 기다려야 하나. 우리에게 눈물겨운 우정이 필요한 까닭이고, 날마다 떠나야 하는 이유 이리라. 소설가 김영하가 자신에게 독백하듯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팩트 따윈 모르겠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 그들이 내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다.'    

 

I don't ever rememeber feeling this awake. Everything loosks different now. "지금처럼 깨어있는 기분을 느껴본 기억이 없어. 모든 것이 달라진 느낌이야." (영화 <델마와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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