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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Aug 22. 2019

rootless.. 셋넷 미디어 영상교육

길 위의 학교... 셋넷학교 이야기 (13)


남북한 교육체계, 교육내용, 학습방법이 너무 달라서 난감했다. 언어만 하더라도 한민족 같은 언어라고 쉽게 얘기하면서 동질성을 강조하지만, 이미 북한 언어는 우리와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말의 형태는 같을지라도 의미와 쓰임세가 달라서 셋넷에 처음 온 애들과 소통하려면 상당기간 애를 먹었다. 서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한 채 자기 말만 하고 엉뚱하게 이해하다 오해를 반복했다. 지속 반복되는 남북 정치회담이 보여주는 한계와 원인의 한 부분이 여기서 비롯된 것을 모르는 건지 알고도 모른 채 하는 건지 궁금하다.  

 

동문서답... 그러니까 니들 북한말 여기서 쓰지 마.

그래서였을까, 탈북 청소년을 지도하는 다른 학교에서 고향 말을 쓰지 말고 서울말을 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을 그 학교를 다니다 옮겨온 아이들에게 들었을 때 의아했다. 우리는 각자 고향 말들을 사랑한다. 오래 타지에서 생활하더라도 자기가 처음 몸에 익힌 말과 문화를 잊지 않는다. 그래야만 자기 뿌리를 아는 제대로 된 인간이라는 생각은 상식이다. 그런데 탈북자에게는 왜 정 반대의 요구와 강요를 하는가? 승자라는 저급한 착각으로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일본말을 쓰도록 하고 신사 참배를 강요했던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를 제외하고 행복했던 사람들이 있었던가?    


탈북자들을 남한 방식으로 적응시키려 한다면 분명 불행해진다. 살아온 삶과 언어를 무시하고 기억들을 일방적으로 해체시키는 일들이 저들을 행복의 나라로 이끌 수 없다. 문제는 탈북자들만 불행해지지 않는다. 좌우 날개로 날아야 할 새의 한쪽 날개가 아프면 새는 날지 못하듯이, 공존해야 할 우리 또한 같이 불행해진다는 걸 왜 모를까? 부부 중 한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무시당하고 사는 가족의 모습을 상상해보라. 비록 상당 부분 변했다 할지라도 같은 언어를 공유한다는 것은 긍정적 만남과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같은 기억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랜 갈라짐으로 많이 달라져버린 남과 북의 현실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셋넷 교육방식을 다양하게 실험했다. 셋넷의 배움이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위가 되길 바랬고, 물처럼 스미고 섞이어 숨겨진 생명력들이 환하게 열리고 싱그러워지는 벅찬 감동이 되기를 소망했다. 봄비 스민 겨울 땅이 느끼는 마음처럼 온화해지고 설레는 몸의 떨림 같은...  


   

물과 영상놀이

내 이름 상영의 영(泳)은 헤엄치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목욕을 좋아하고 헤엄치는 걸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걸 좋아한다. 물을 좋아한다고 물을 닮는 것은 아니지만 없는 반쪽을 찾는 여정이 사랑의 길이라면, 셋넷을 따라 찾아 헤맨 길은 물길이다. 잠시 겉만 적시고 마는 빗물 말고, 오래도록 마름 없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고요하게 흐르다 필요할 때 나타나는 지하수로 말이다. 물은 소유하지 않고 군림하지 않고 억압하지 않는다. 다만 섞이고 스며든다.     


문제는 물처럼 흐르지 못하는 내게 있다. 뭔가 상황이 벌어지면 먼저 해결 방법부터 찾지만, 번번이 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미련과 고집은 늘 중단 없는 직진이다. 그런 기질을 성찰하며 탄생한 게 셋넷 미디어교육이다. 아이들 아픈 얘기들을 슬쩍슬쩍 듣다 보면 우선 마음이 답답하고 해소방안을 찾지 못해 한동안 어쩔 줄 몰라한다. 당사자도 아닌 내가 이 상태라면 본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마음 글을 써서 후련하게 털어보라고 권하지만, 글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애들에게 글 쓰는 작업은 녹녹하지 않다. 고심 끝에 생각해낸 것이 영상놀이다.     


영상은 내 이름 상영만큼이나 내 존재감과 같이 한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보았던 영화관의 추억이 길을 열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영화평론가라는 별칭을 달고 다닐 만큼 영화에 심취했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만든 유하 감독은 진추하 노래를 듣고 올리비아 핫세를 그리워하며 일본 영화잡지 로드쇼를 훔쳐보던 고교시절 단짝이었다. 영화는 내 꿈을 대변하는 삶의 방식이었고 세상과 관계 맺는 기준이었다. 시민운동단체에서 일하며 우연히 만나게 된 영상집단 ‘푸른영상’은 그래서 필연적 우연이랄 수 있었다. 그곳에서 한국 다큐영화 거장 김동원 감독과 김태일 오정훈을 만났고, 그들이 할리우드가 만들어내는 가짜 세상에서 나를 구원해주었다. 현실을 왜곡하고 외면하게 하는 아메리칸드림 영화들이 주었던 기만에 당연히 분노했고, 현실에 대한 기록과 증언을 어렵게 지켜가는 사람들에게 대한 애정과 지지가 충만했다.  

  

푸른영상이 지키고자 했던 실존의 삶에 대해 연민을 가질지언정 내 삶을 던질 수는 없었는데, 셋넷 아이들이 그 세계로 기어이 밀어 넣었다. 아이들 슬픔은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컸기에 푸른영상이 목숨 걸고 만들던 다큐영상을 떠올렸고, 아이들 아픔과 외로움을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문제는 낯선 타자가 기록하고 관찰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들과 나는 그런 방식이 싫었다. 어설프고 어색하더라도 직접 자기 얘기를 자기 방식으로 슬퍼하고 해소하기를 바랬다.    

 


홀로 걸으라, 그대 행복한 이여!

2000년대 초반, 기획하기 쉽지 않았던 미디어교육 영상제작 수업을 시작했다. 마침 대학 후배 다큐 감독 오원환(현재 군산대 교수), 김건(시나리오 작가), 남태진(방송 드라마 PD)이 다가왔고, 그들의 후배이자 제자들이 미디어 영상제작 교육에 참여해서 분단의 아픔과 공존의 간절함을 지속적으로 담았다. 셋넷 미디어교육 특징은 전문가의 관찰기록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직접 자신의 시선과 입장에서 담아내는 작업에 있다. 기기 조작에 낯선 아이들에게 기초부터 교육을 해서 스스로 자신들 이야기를 담도록 초기부터 기획했다. 그 교육을 통해 자기 적성과 진로를 찾아 서울예대를 진학하여 영상을 전공한 망채도 생겼고, 아이들이 직접 출연하고 스스로 촬영 편집한 작품 ‘기나긴 여정 1’과 ‘영옥이의 부재중 통화’(김건 감독 지도, 셋넷 영상작품집 1 2005-2006)가 청소년영화제와 통일 영상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뜻밖의 사건이 아니었다.     


셋넷에서 기획하고 제작한 탈북 청소년 다큐 영상물이 60편이 넘는다. 대한민국에서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10년 넘게 직접 기획하고 만든 기록영상들을 갖고 있는 기관은 셋넷이 유일할 거라고 공영방송 북한 전문 PD가 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셋넷은 영상집단도 아니고 영상을 훈련하는 전문교육기간은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아이들 마음 얘기들을 담으며 스스로 건강해지게 하고 싶었다. 세상에서 모아 준 귀한 돈으로 모두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야 했고, 어떤 식으로든 편견을 시각화시켜 편견에 주목하게 해야 한다는 절박한 의무감이 있었다.    

 

2005 기나긴 여정 1(DV 6mm 28분)

가끔 혼절해서 병원에 가곤 했던 셋넷 초기 아이가 고향과 탈북 흔적을 찾고 싶어 했다. 그 끔찍했던 곳에 왜 가고 싶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만 있다면...하는 심정으로 무작정 일을 벌였다. 학교를 시작한 초기라 모든 게 어설펐고 살림살이가 어려웠다. 아쉬움 없이 우아하게 자란 내게는 학교 운영이 막막했고 긴장되었지만, 일단 쫄지 말고 한 걸음 내딛는 게 필요했다. 마침 동생이 중국 연길에 규모 있는 현지 공장을 차렸고, 믿을 만한 조선족 동업자이자 의형제 따거가 있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밀어붙였다.     

예산이 턱 없이 부족해서 동생 도움을 받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조선과 중국 국경 따라 아이의 기억 현장에서 단 며칠간 벅찬 일정의 촬영을 강행했고, 셋넷 아이들이 편집해서 만든 작품이 ‘기나긴 여정 1’이다. 다음 세대재단 유스보이스 영상에 선정되고, 방송위 시민영상 지원작에 선정되어 부산미디어센터 개관기념작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제 청소년영화제였던 청소년 탈폭력 영화제(TALFF) 비극 영화부문상을 수상해서 아이들을 기쁘게 했다.     


탈북 청소년 삶을 담은 최초 영상이라 여기저기 초청되어 상영되었는데, 영상 마지막 장면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아이 고향이 백두산에 가까웠던지라 촬영 마지막 멘트를 따기 위해 백두산(장백산)으로 갔는데, 하필 비가 내렸다. 예산과 일정이 가난해서 어쩌지 못하고 촬영을 강행했는데, 비는 마구 내리고 촬영하느라 한 손에는 카메라, 다른 한 손에는 우산을 들다 보니 카메라 렌즈에 빗물이 고여 영상이 빗물로 얼룩졌다. 공교롭게도 주인공 아이가 통일이 되면, 이 산 너머 고향에 가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멘트를 하는 장면이었다. 이게 의도된 연출이냐고 매번 물어봐서 그저 맥 빠진 웃음을 지었지만, 백두산(장백산) 폭포가 쏟아지는 앞에서 멘트 할 때 화면에 빗방울이 맺혔던 장면이 주는 묘한 감동을 느끼면서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비 오는 백두산 폭포 앞에서

나는 1998년 11월 24일 두만강을 건너 중국 땅을 밟았다. 두만강을 건널 때만 해도 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생활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중국 신분증도 없어, 매일매일의 삶이 불안했고, 미래에 대해 아무런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다. 심리적 공포 속에서 지내며 거의 감옥 같은 생활을 해야 했다. 공부도 할 수 없었고 배울 기회도 전혀 없었다. 가족이 기약 없이 흩어지기도 하고, 다시 북한에 잡혀가기도 하면서 기적 같은 5년의 시간을 보내고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2002년 남한에 도착했다.  

    

2006 흐르지 않는 기억(DV 6mm 48분), 아이들이 용기 있게 담아낸 길 위의 기록

셋넷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아이들과 자원교사들이 함께하는 제법 규모 있는 해외여행을 했다. 기왕이면 아이들 아픔과 고난으로 점철된 중국을 가고 싶었는데, 하자센터가 기획했던 대안학교 여행 프로젝트로 기회가 빨리 왔다. 집단 여행이 갖는 느슨함과 주제 없음을 고민하다 미디어교육 연장선상에서 과제를 떠올렸다. 자발적으로 선택한 4명의 주인공들이 여행 중 미디어 영상일기를 쓰도록 해서 자신이 기억하는 길의 기억들을 떠올리기를 기대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빌려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의외로 편안해하며 카메라 앞에서 늦은 밤까지 속 깊은 얘기들을 털어놓았다.     

 

고향 북한 회령이 바로 앞에 내려다보이는 중국 삼합에서 주인공들은 고향 이야기를 한다. 언니들과 함께 놀던 추억의 장소를 가리키다가 갑자기 울컥 눈물을 쏟는다. 어릴 적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참았던 눈물을 다시 흘린다. 

“흐르는 강물에 과거 일들을 흘려보낸 줄 알았는데, 막상 바로 앞에 서니 다시금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네요. 애써 지웠던 마음속 기억을 흘려보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향이 그립고, 그곳에 묻혀 있는 아버지가 보고 싶고,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고향이 바로 저긴데, 갈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어처구니없어요.”     

 

 

2008 rootless(57분, 오원환 연출), 유럽에 흩어진 아이들을 찾아가는 로드 무비

기나긴 여정 끝에 대한민국에 도착한 '저녁나무' 여행자들이, 꿈에 그리던 나라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또다시 머나먼 곳으로 정처 없이 떠나야 했던 이유를 알지 못했다. 이 땅의 기득권자였던 나는 그들이 벌이는 고단하고 도박 같은 일탈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을 찾아 나섰다. 대체 왜 그래야만 했는지 묻고 싶었고 속 시원하게 듣고 싶었다. 


뿌리를 찾아 헤맨 오원환 감독 기획의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남한에 온 탈북자들에게 한국사회는 너무나 치열한 경쟁사회다. 약한 자 뿌리 없는 자 미래가 불안한 자들에게 더욱 차갑고 위압적인 느낌, 그것이 탈북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떠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현실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탈북 청소년들이 회색도시 인파 속으로 사라질 때, 탈남한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를 바라고, 그들을 차갑게 떠나보내는 남한사회의 불안한 모습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담은 오원환 감독 연출 작품 : 윗마을 학생과 아랫동네 선생(2005), 기나긴 여정 2(2006), 길 위에서 나누는 대화(2007), 나의 길을 보여다오(2008), rootless(2009), 하얀 그림자(2013), 금희의 여행(2014)    


2012 일본, 하얀 그림자(40분 오원환 감독)

셋넷 아이들과 만나기 전 소극장 운영을 하던 시절에, 일본에서 생존해야 하는 오사카 재일교포의 안타까운 얘기를 접하고 격려하는 모금 공연을 했다. 재일교포 처지나 탈북자 처지가 다르지 않기에, 늘 운명적인 두 집단 문제를 주목하다가 재일교포 3세 예술인 금선희 박사를 만나고 직업병인 기획력이 발동해서 일본 프로젝트를 대책 없이 저질렀다.

남한과 북조선, 일본이라는 3개 나라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경계에서 서성이는 존재인 재일교포 운명과 북조선과 남한의 첨예한 경계에서 아파하는 탈북 청소년의 운명은 어딘가 닮아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서로 만나 격려와 우정을 나누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시민단체에서 같이 일했던 한신대 사회학과 이기호 교수와 공모하여 셋넷, 한신대, 나가사키 일본 대학생들이 만나고 문화를 매개로 교류하는 쉽지 않은 국제청년활동을 기획했다. 내심 나는 그곳에서 재일교포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고, 조총련을 경계했던 당시 정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닿았는지, 나가사키 현지에서 재일교포 여러분들을 극적으로 만났고 그분들이 운영하는 불고기집에 초대받아 기억에 남을 만남과 대화를 영상기록과 사진으로 담았다. 재일교포와 만났던 셋넷 아이들은 깊은 공감을 나눴고, 여행 후 자신들의 삶을 새삼 돌아보고 힘을 얻게 되었다는 얘기들을 여럿이 해서 무모하게 벌였던 여행을 깊고 넓은 울림으로 승화시켰다.

“모든 사물들의 배후에는 차이가 있지만, 차이의 배후에는 아무것도 없다.(들뢰즈)”


2013 원주, 셋넷에서 단편영화를 찍다.

셋넷 망채들이 탈북 터널에서 만났던 고향 친구들 사연과 아픔은 여러 갈래였지만, 그들을 만날 수 없어 안타까웠다. 가끔 우연한 자리에서 잠시 만났지만 상처 가득한 짐승이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를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그런 아이들 중 상당수가 한국을 떠났는데, 그 기막힌 사연을 엿듣다 만들게 된 게 단편영화 ‘편도여행’이다. 연출된 영화를 싫어하지만, 여러 명이 겹쳐진 사연이고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영화 시나리오 작업 중이던 후배 김건 감독을 강제로 징집했다. 김건 감독은 이미 여러 차례 셋넷 미디어 작업에 참여했고, 아이들을 지도하고 편집을 도우면서 깊은 교감을 쌓고 있었기에 내심 의지할 수 있었다. 밋밋한 줄거리를 그가 다듬고 배우와 촬영 스텝을 섭외해서 단 며칠 만에 원주에서 만들었다. 주인공 역할을 셋넷 재학생이 맡았고, 나도 왕년의 연극배우 기억을 되살려 출연했다. 


편도여행(16분 김건 연출) 시놉시스

탈북자 정철(가명)은 남한에 온 지 삼 년 만에 남한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처음 입국할 때 정부로부터 받은 정착 지원금은 바닥이 났는데 직장은커녕 여전히 남한 사회에 스며들기 힘들다. 그래서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남한 사람 브로커 영식을 통해서 대출사기를 꾸민다. 정철 명의로 계좌와 카드를 만들고 신용을 부풀린 다음에 최대한의 대출을 받고는 그 돈으로 남한을 떠나는 것이다. 그런 일을 꾸미는 6개월 동안 정철은 영식에게 명의를 도용하기 위한 각종 서류를 넘겨주고 카드를 회전해서 신용을 부풀리는 작업을 지켜본다. 마지막 대출을 받기 위한 면담이 가까워지자 영식은 정철을 건강한 사회인으로 가장하도록 교육을 시킨다. 정철은 열심히 외우고 연습해서 면담을 받는다. 대출은 결국 승인이 되는데 그러자 영식이 사라져 버린다. 사무실도 옮기고 전화도 받지 않고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이후로 한동안 영식을 추적한 정철은 결국 그를 찾아낸다...  


2019 남원, 네이버블로그 setnetmovie

2003년부터 16년간 만든 셋넷 영상미디어 교육과 워크숍 결과물들이 드디어 한 자리에 모였다. 다문화 평화시대를 맞이하는 한반도에서 우리 이웃이 된 탈북 청소년들을 '다름'으로 이해하고, 70여 년 미움과 적대로 쌓인 편견들을 '차이'로 인정하려는 평화의 몸짓이자 연습의 참된 결실이다.
혐오로 얼룩진 이 시대의 절망을 딛고, 다양성을 품어 공존의 삶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자극과 폭력과 선정이 범람하는 혼탁한 반쪽 세상에 맞서서, 다름과 차이들의 문화다양성 향연을 펼쳐준 오원환(군산대 교수)과 제자들(춘삼 프로덕션..신보미 이호영 김준)에게 영광 있으라!

지친 동지들은 간데없지만, 그럼에도 깃발은 의연하게 나부낀다.



* 홀로 걸으라 그대 가장 행복한 이여.. 인도의 성인 비노바 바베의 글과 사진을 담은 책 제목

* 저녁나무.. 황지우 시인의 시어. 지치고 힘겨운 셋넷 망채들의 삶을 떠올렸고, 아침을 기다리는 질긴 생명의 바람을 담았다.

* 남한 대안학교들과 탈북학교도 부분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좀 더 특화되고 지속되었던 셋넷만의 교육들이 있다. 영상미디어교육, 평화연습 여행 프로젝트, 문화예술 공동창작워크숍과 공연, 적성과 진로탐색을 위한 커리어스쿨. 이번 글부터 차례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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