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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Aug 20. 2020

다키스트 아워

셋넷 영화이야기 22 : 용기


마음의 갈등이 당신을 단련시켰고..

광기에 사로잡힌 히틀러가 전쟁 야욕을 드러내자 유럽 나라들은 갈팡질팡한다. 도버해협이 해자처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 영국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울어진 대세를 인정하고 평화협상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자는 온건파의 우세 속에서, 평화를 가장한 속국의 달콤한 유혹을 간파한 처칠의 고민은 커진다. 닥친 전쟁과 백성들의 죽음을 ‘치욕’으로 추상화시켜 말싸움만 일삼던 남한산성 선비들 모습이 겹친다. 결국 치욕이 칼이 되어 온 나라를 파멸에 이르게 하니 무릎을 꺾었지만, 히틀러의 미친 군대는 바다 건너 프랑스 해변에 머물며 겁박을 거듭한다. 갈등하던 처칠은 지하철에서 만난 국민들의 ‘네버’라는 단호함을 듣고 용기의 브이자를 새긴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강하고..

처칠의 판단은 흐리고, 주량은 강하고, 언행은 때때로 제멋대로 흩어진다. 그럼에도 온전하게 자신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처칠의 갈등’에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상생의 힘들이 스민다. 그의 불완전함은 활짝 열려있고 자기 아닌 것들을 담아낼 수 있기에 비로소 강해진다. 

오늘도 작은 히틀러들의 광기를 뉴스에서 쉽게 마주한다. 비뚤어진 권력으로 날뛰는 남한산성 선비 후예들을 날마다 피할 수 없다. 저들의 탐욕으로 판단은 흐려지고, 충분한 주량으로 젖어버린 언행들로 마음의 갈등은 쉼이 없다. 불완전한 우리들의 삶은 마침내 위선적이 된다. 상식과 거짓이 뒤엉켜 오염된 현실에서 처칠이 그렸던 브이자를 당당하게 세울 수 없다.    

     

확신이 없기 때문에 현명한 거다.

처칠은 히틀러를 물리칠 묘안이 없었다.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을 절묘한 작전도 없었다. 화장실에 숨어들어 전전긍긍했지만, 그래서 몸과 마음을 온전하게 열고 과거와 현재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처칠은 현명한 집안에서 지혜로운 DNA를 품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처칠은 수없이 갈등했기에 단련되었고, 불완전했기에 조금씩 강해졌다. 확신을 갖지 못했기에 열린 시간 속에서 더디게 현명해진 것이다.   

당신은 처칠만큼 갈등했는가. 처칠보다 더 불완전한가. 처칠처럼 확신이 없는가. 그렇다면 이제 당신은 단단해지고, 강해지고, 현명해질 시간이다.   

   

1940년 런던 지하철과 2020 서울 지하철 

권력자들의 갈등을 넘어 시민들이 채워준 용기로 충만해진 처칠이 운을 띠우자, 지하철에 함께 타고 있던 젊은이가 화답한다. ‘모든 인간들에게 언젠가 죽음은 오나니, 나는 가장 명예롭게 죽겠노라. 두려움과 용감히 맞서 아버지의 무덤과 신의 성전을 위해 싸우다가!’ 윈스턴 처칠이 말한다. ‘마음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 성공도 실패도 영원한 건 없다. 중요한 건 굴복하지 않는 용기다.’ 이제 우리가 화답할 차례다. 



* 제목 사진 : 2011년 창작극 전남 광주 공연, '이제 그 풍경을 사랑하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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