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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영 Jan 13. 2021

내 사랑

셋넷 영화이야기 43  : 장애


부족하고 모자란 그녀가 세상에 건넨 평화의 선물


캐나다 해안가 마을에 구부정한 몸과 어정쩡한 걸음을 걷는 가냘픈 여자가 산다. 외적 장애 때문에 가족의 애물단지가 되고 유일한 보호자였던 오빠는 숙모에게 그녀를 떠넘긴다. 그녀는 버림받고 상처 입은 마음을 그림 그리기에 의지하며 집과 마을에서 왕따로 지낸다.       


마을 외딴집에 사는 남자는 벌이가 안 되는 생선을 팔면서 마을의 잡다한 일들을 마다하지 않는다. 고아원에서 자라나 글과 샘을 헤아리지 못하고 가족의 존재도 경험하지 못해 사람과의 소통은 거칠기만 하다. 묵묵하게 고된 노동에 매달리며 고아원 일을 돕는 자신의 모질지 못한 심성에 답답해한다.   

  

남자의 오두막집은 마을 끝 지평선이 펼쳐지는 비포장 길가에 있다. 너저분한 창고 같은 집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인광고를 내자 그녀는 숙모의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무작정 찾아든다. 그녀의 장애가 거슬려 내치지만 그녀는 끈질김과 따뜻한 배려로 남자를 굴복시킨다. 그녀 마음속에 품고 있던 동심의 그림들로 허기졌던 오두막은 생기를 띠고 환해진다.      


부리 없는 파랑새, 튤립 꽃들과 꿀벌, 노랑나비, 수프로 끓여먹어 버린 살찐 닭의 그림들로 허접한 집 안팎 벽과 유리창이 채워지면서 두 사람은 운명적인 사랑에 얽힌다. 물방울 떨어지듯 잔잔하게 젖어드는 피아노 소리에 화답하여 수면으로 번져가는 일렉 기타 음악이 두 사람의 어색하고 미묘한 감정을 감싸준다. 마술처럼 변하는 지평선 풍경, 회색빛 하늘 구름 떼, 보랏빛 노을, 바다를 가르는 방파제를 오가는 사랑의 여정이 그녀가 그리는 그림동화처럼 펼쳐진다.      


그녀는 오래전 낳은 아기를 장애 때문에 죽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힘겨워한다. 마치 죽은 아기에게 사죄하듯 아이 같은 그림을 쉼 없이 그리다가 휴가차 마을에 찾아온 뉴욕 미술상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녀가 방송에 출연하고 그림을 사려는 관광객들이 몰려들자 타인과의 접촉을 싫어하는 남자와 충돌한다. 위기의 사랑은 자연의 향기와 색깔이 느릿느릿 캠버스에 스미듯 인내하며 조금씩 닮아간다.   

   

남자는 죽은 줄 알았던 그녀의 딸이 이웃 마을에서 장애 없이 잘 살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촛불처럼 이어지던 그림 작업을 충실하게 지켜준다. 그는 단지 불편했던 그녀의 장애를 불행이라고 생각하면서 거칠고 무례하게 대했던 것을 후회한다. 그녀는 뒤늦게 고백하며 오열하는 그를 다정하게 품는다. ‘난 사랑받았어요.’      

 

최소한의 배울 권리조차 구걸하기 위해 무릎을 조아려야 하는 이 나라의 장애는 차라리 저주에 가깝다. 마치 지독한 전염병 인양 단정 짓고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편견 가득 찬 세상의 '(비)정상'들에게, 그녀의 장애는 분노와 미움으로 화답하지 않는다. 마음속 평화를 액자에 담아 건넨다. ‘난 사랑받았어요.’ 그녀의 이름은 모드(MAUDI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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