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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Apr 09. 2021

힘들었던 어제 하루

나를 치유해 주는 것들

요 며칠 하늘이 맑고, 언제 문득 다가왔는지 더위가 출근과 퇴근길에 옷을 살짝 적시게 하는, 그런 따뜻한 날이네요. 이번 봄의 벚꽃 구경은 일을 핑계로 하지 못해, 변변찮은 벚꽃 풍경사진 하나 건진 게 없지만, 어젯밤 가족과 산책하며 떨어진 벚꽃잎이 바람에 돌돌 돌아 내 앞에 올 때면, 그 아쉬움이 조금은 수그러드네요.


마음이 많이 다쳐있는 상태입니다. 완전한 치유법은 없고요. 지금의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야 늘 있는 병이지만, 그래서 뭐 하나 특이할 것도 없지만, 마음의 병은 쉬이 치료되지가 않습니다. 재밌는 영화를 봐도, 웃긴 코미디나 맛있는 음식을 먹다가도, 문뜩 떠오르는 힘든기억은 너무 쉽게 나를 둘러싸 지배하는 느낌이네요.


아픔을 뒤로하고 이겨내려 노력하는 것조차도 사실 너무 많이 버겁습니다. 다들 그러하시겠죠.


조금은 완화가 되는 나만의 방법을 조금 알려드릴까 합니다. 물론 그 다지 치유책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조금 쉬라는 의미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아빠에겐 미안하지만, 우선 엄마한테 전화를 합니다. 언제나 아무런 일이 없어도 "아들?"하고 밝게 받아주는 너무 소중한 분. 나는 지금 내가 전화를 걸 수 있는 부모님이 있다는 게 너무나 소중합니다. 내 나이가 되면, 부모님이 돌아가신 게 그리 큰 일은 아니거든요. 상상하긴 싫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지라, 매번 그런 일이 나에게 분명히 온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 나에게 무엇이 가장 슬플까를 생각하니, 이렇게 전화할 때 받지 않는 것에 너무나 슬플 거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엄마한테 전화를 합니다. 언제나 아무런 일이 없어도 "아들?"하고 밝게 받아주는 너무 소중한 분.


그렇게 부모님과 전화를 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나아집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이거였구나... 싶어, 다른 걱정거리가 순간 하찮게 느껴지거든요.


또 다른 방법은, 그냥 벤치에 앉아서 눈을 감고 숨을 쉽니다. 공기가 코를 스쳐 들어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집중해 봅니다. 이러한 행동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숨을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잠시 동안 그렇게 집중하고 눈을 떠보면, 내 주변에 있는, 평소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던 것들이 갑자기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답니다. 꽃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고, 햇빛과 바람도 그렇고 말이죠. 이런 것들을 평소에는 아무 느낌 없이 바라보다가도, 막상 의미를 부여하고 보게 되면, 뭔가 이상하고 찌릿한 느낌이 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사실은 그렇게 당연하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잠시나마 깨닿는 거죠.


         눈을 감고 숨을 쉽니다.공기가 코를 스쳐 들어오는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집중해 봅니다.


시간이 있으면, 강원도나 서해바다에 가서 해보세요. 바다를 보고 있으면 뭔가 겸손해집니다. 사람은, 그리고 모든 생명체는 바다에서 왔잖아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바다는 나를 편안하게 해 줍니다.


그리고, 저만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 기대고 말합니다. '아빠 힘들어'. 하면, 내 딸은 뭔가를 하고 있으면서도 살짝 보듬어 줍니다. 그게 그 또래 아이들의 위로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아이는 그렇게 품을 허락해 줍니다. 어른들은 아이를 부족하고 어리고 미성숙한 존재로만 볼 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것은 착각일 수 있습니다. 우리 어른들보다 더 순수하고, 원초적인 방법의 위로를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영화나 책이나 TV에서 배운 것들이잖아요. 진심에서 내가 어루어 보듬고 만져주는 것인지, 아님 학습에 의한 행동인지 모를 수 있잖아요... 근데 아이들은 다릅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 기대고 말합니다. '아빠 힘들어'.


조금 더 말해봅니다. '머리도 쓰담쓰담해줘야지..' 하면, 하는 시늉을 하는 건지 모르지만, 그렇게 머리 한올 한올을 이리저리 휘저어 줍니다.




자신이 힘들어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게 그렇게 큰일인가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십중팔구 나를 힘들게 하고 있으니, 큰 일이겠죠. 하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클까 자문해 봅니다. 매번 느끼고 사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것은 담은 나도 언젠가 사라질 것입니다. 해답은 오히려 간단한 곳에 가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어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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