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백서 #42]사뭇 다른 요즘회사

by 하찌네형

하나 가르쳐줘도 하나는커녕, 반도 못하는 직원들이 보인다. 뭐 또 가르쳐주면 되지, 하고 가르쳐줘도 회신은 깜깜무소식이다. 그렇게 어물쩡 어물쩡 넘어가며 1년 후의 사원평가에 좋지 않은 점수를 주면, '내가 왜?' 하면서 의아해하고, 면담해 보면 자신만큼 일한 사람이 어디 있냐고 되려 성을 내는 직원도 있다.


비단, 굴지 대기업뿐만이 아니라, 이제 이러한 회사 분위기는 중견기업을 포함, 중소기업까지도 오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나는, 회사에서 부여한 직급과 직책으로, 그에 알맞게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면 뭐가 옳은 것이며, 그게 아니었을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요즘은 너무 혼란스럽다.


[일을 못한다]의 정의도 희미해진다.

무엇이 일을 못하는 것이고 잘하는 것일까. 회사생활에 어떤 기준은 있기는 한 것일까. 어떤 기준이 있길래, 일을 잘한다 못한다를 평가할 수 있단 말인가, 일은 못한 건 내부의 문제인가 외부의 문제인가에 대해, 다분히 철학적인 질문으로 요 근래 출근시간의 사색해 본다.


사실, 회사에서 월급을 많이 받는 것, 승진을 잘하는 것은, 대부분이 운빨이다. 시장상황에 좌우될 수도 있고, 때마침 상급자리에 PO가 났을 수도 있으며, 부득이한 사정에서 내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중에는 정말 특출 난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당히 특출 난 사람들은 잘 써먹어야지, 쉽게 위로 올리지 않는다. 며칠 전 신문에 외국에 100%로 의존하던 재료를 국산화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그 책임자에 대한 인터뷰가 실렸다. 이 정도면 임원급 아냐 하겠지만, 50대 초반에 임원 아닌 팀장이다. 또 내가 만난 최고의 연구자였던, 최고대학의 박사와 장영실상 2번에 빛나는 그의 현재는, 50대초반의 팀원이다. 이전 글에서도 말했지만, 승진은 동아줄이 최고다.


여기 사회생활을 좀 해보니, 또 하나 팁이 있다.

조용하면서 특출 나지 않은 게 효과적이다. 사람을 볼 줄 아는 회사에서는 이런 사람은 별로 평가받지 못하겠지만, 전통적인 회사, 설립된 지 오래된 회사, 보수적인 회사에서는, 이상하게 조용하면서 특출 나지 않은 사람들이 위로 쭉쭉 올라가더라.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면, 결국 지금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새로이 발생하는 것보다, 그냥 지금이 좋은 거다. 해서, 그냥 안정적인 사람을 좋아하지, 굳이 일을 찾아 만드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변화를 싫어하는 거다. 우리나라도 보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안정적으로 이익을 가져다주는 캐시카우 충분한 회사들이 있다.


다시 위로 올라가서, 어떤 기준에 못난 직원이 있다 해도, 적극적인 상사는 그의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시키려고 노력하겠지만, 어떤 상사는 그저 다독여주고, 잘했다고 하고 그런다. 전자는 회사에 도움이 되고, 후자는 회사에 도움이 안 되는 걸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래봐야 크게 변하는 거 없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방황에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