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백서 #43] 위는 밑을 챙겨주지 않는다

by 하찌네형

내 어느 글인가 그에 대해 간단히 적은 적이 있다.


A는 회사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CTO조직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로 여럿 진행하였고, 당시 조직의 장으로 성과나 평판도 좋아 임원진급은 따놓은 일이었다. 오히려, 그때까지 그를 진급시키지 못한 건, 연구소에 마땅한 임원 PO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 말들이 많았다. 근데, 이번에는 달랐다. A가 책임지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20여 개였고, 그해 몇 가지는 실제 양산으로도 연결되어, 그에 대한 평가는 높았다. CTO로부터도 직전에 임원진급 될 거라는 귀띔도 들은 바였다.


하지만, 이런 꿈은 오너의 한마디에 물거품이 됐다. 젊은 오너는 [70년생 이전은 임원 및 담당에서 제외하고, 젊은 세대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그리고 때를 놓치지 않은 A의 반대파로 인해, A는 그렇게 한순간에 나락으로 갔다. A를 지지하던 이들도 혹시나 불똥이 튈까 조용히 있었다.


당시 그가 거느리던 팀은 총 6개였고, 결과적으로 그중 팀장이 담당으로 진급했다. 그리고, 그 담당은 올해 임원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임원진급에 사용한 프로젝트는 대부분 A의 성과였다.


담당직에서도 밀려난 A는 거처를 빨리 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CTO는 그를 배려한답시고, PJT TFT를 운영하라고 했지만 아이템이 없었다. 당연히 아이템을 과거 자신이 거느리던 팀장들에게 받아내려 했고, 팀장들은 아무리 과거 자신의 상관이었어도, 소위 괜찮은 아이템을 내어줄 리 만무하다. 그러다 어찌어찌 쥐어짜 내 아이템 1개를 받아 TFT를 꾸렸는데, 당연히 될성싶은 아이템일리 없다. 정말 한순간에 변방에서 저 멀리 변방으로 밀려나, A는 회사지원도 못 받고 대학 연구실에 개발비용 앵벌이를 하러 다니는 처지가 됐다.


그렇게 월급루팡 같은 생활을 2년 정도 하다가 퇴사를 했는데, 왜 A는 그런 수모를 겪으며 2년을 버텼을까 생각해 본다. A의 결과물로 다른 사람들은 부사장에 상무에 줄줄이 진급을 하는데, 정작 A는 그들의 시야에서 멀어져 있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 혹여나 자신이 아직 건재하다는, 그의 결과물이 다시금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렇게 자신을 다시 불러주길 기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위에서는 한번 버린 카드는 다시 가져오지 않는다. 어깨 툭툭 치며 위로 같지 않는 위로를 건넬 수는 있겠지만, 그게 전부다. 회사에 충성했던 잘 나가던 연구원은 이렇게 한순간에 그냥 나락으로 갔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회사는 오래가지 못한다. 정말 오래가는 회사는 사람을 가려낼 줄 알아야 하는데, 자기 밥상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회사란 [정치조직]에서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다만, CJ의 비비고만두의 강기문 씨 일화에서, 사람을 알아보고 그를 평가한 노희영 같은 사람은, 얼어붙은 회사에서 잔잔한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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