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버리는 부속품의 단편.
K는 회사에서 상당히 잘 나갔다. 당연히 회사에서 그를 생각해주는 배려도 상당했으며, 그렇게 회사의 지원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나갔다. 당연히 진급은 빨랐으며, 그로인한 월급도 초일류기업 못지 않게 받고 다녔다. 사람들간의 관계또한 좋았다. 항상 그가 속한 팀은 웃음이 끊이지 않았었고, 타부서 사람들이 부러워 할 정도였다. 새로운 것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유지, 발전시켜나가는 것에 나태함은 없었다. K당사자도 그러한 자신의 위치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제일먼저 출근하고 제일늦게 퇴근하는, 본인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회사원이였다. 당연히 주말에 일하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거래처간의 회식후에도 취한몸을 이끌고 호텔에서 새벽까지 일하던, 어떻게 보면, 상당히 미련하게만큼 일에 열심인 사람이였다.
그렇기에 회사도 K를 인정해주었다. 외국에서도 한국의 이 회사를 나중에 K에게 담당시킨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고, 주변사람들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경쟁사나 관련회사에서도 K의 능력에 의심이 없었으며, 암암리에 높은 연봉으로 그를 스카웃하려는 움직임도 많았었다. 하지만, K는 그간의 회사가 보여준 배려를 무시하지 못하고, 많은 연봉으로도 흔들림없이 회사의 중추적인 역활을 해왔었다. 직위가 상승할 수록 그는 더욱 분발하고자 노력하는 그런 사람이였다.
K와 같이 회사에서 잘 나가는 사람들은,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분명, 그런 사람을 시기하면서 질투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K가 몰랐을리 없다. 처음에는 관계개선의 노력을 안해본것은 아니지만, 그 역시 한계가 있어, 적당한 정도에서 거리만 유지하게 되었다. 불만은 항상 K의 귀에 들어왔지만, 대수롭지 않게 무시했다.
[왜, 저 사람은 연봉이 이렇게 높아?] [왜, 남의 일에 저렇게 참견해? 자기만 잘하면 되지?]등등, 이유를 붙이자면 그게 불만이 되는 그렇것이였다. 그러나 K도 어느정도 회사내의 위치가 있어, 굳이 그런말들에 동요되지 않고 그러려니...하고 지내고 있었다.
문제는 새롭게 선발된 신입사원 A와 B에게서 시작되었다. 이 직원들이 입사 2~3개월쯤 되었을때 부터, 뭔가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히, A 직원은 자기가 열심히 하겠다고 한 부서의 업무가 맞지 않음을 느껴, 그 불만은 계속 커져 나갔고, 그렇게 A와 B, 그리고 기존에 있던 동년배인 C가 따로 몰려가 매일 매일 속닥이기 시작했다. 그런 직장상사의 뒷담화는 언제나 있는 것이고, 또 저녁 회식자리에서 상사는 언제나 단골 안주거리인 만큼, K가 신경쓸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시너지를 발생시킨다. 입사 3개월이 되었을때, A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그 불만을 평소 K를 싫어하던 Z가 잘 이용해 작전을 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Z는 신입사원들의 모임을 한다치고, 자주 그들을 K의 뒷담화를 해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Z의 조종하에 A와 B가 K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게 되고, Z는 그것을 소위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상부에 신고하게 된다. Z의 신고를 받은 상사인 ZH는 Z가 올려준 내용을 가지고 사내확인을 들어간다. K에게는 말하지도 않고, 회사 직원들에게 확인하려 다니기 시작한다.
[K가 부서의 책임을 A에게 돌려서 심적으로 불안하고 힘들다]
[K가 이성친구에 대한 얘기를 두번 했다]
[K가 다른 부서사람에게 업무지시를 했다]
[K가 회식이 없다고 했는데, 입사후에 회식을 많이 했다]
[K가 살쪘다고 두번 했다]
[K가 사장욕을 했다]
[K가 Y를 보고 예쁘다고 했다]
사건을 접수한 ZH는 사내규칙의 의거하여, K에게 문제점을 씌우기 시작했다. K는 말도 안된다면서 그에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ZH는 K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듣는 시늉조차도 않았다. 이미 Z가 던져놓은 밑밥을 먹은 뒤였다.
다만, K는 회사에서 상당히 중추적인 역활을 했다. 따라서, 다른 부서에서도 이 일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판단해보자는 말들이 나왔지만, ZH와 Z는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즈음 갑자기 노무법인의 담당자인E가 나타난다. 결론인 즉, E가 금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하는 거다. 회사입장에서도 불편한 사항이니, 이를 중립적으로 판단한다는 상황하에, E와 계약을 한다. 다만, E는 이미 회사와 결탁한 노무법인의 영업직이였고, Z/ ZH와는 갑을관계였다. Z는 생각외로 치밀하게 밑밥을 던져놨던 것이다.
이를 부당하다고 여긴 K는, 결국 한통속으로 놀아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최대한 E가 속한 노무법인이 합리적인 판단을 해줄 것이라 믿고, 모든 지적사항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한다. 1차 진술이후, E가 소속된 노무법인에서도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분위기, 또한 K의 말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한다. 다만, K는 이로인한 회사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A와 B와의 문제해결자리를 마련하는 것에 합의한다.
그러자, A와 B가 갑자기 그런 자리마련을 반대한다. 사실, A와 B는 이제 입사 3개월이 된 신입사원이다. 신입사원과 상사와의 관계에서 문제를 해결할 자리를 마련하는데 있어, 그들이 반대하는것은 뜻밖이었다. 문제는, 원래 회사에 있던 동년배 C가 공격을 더했다.
[K가 입사시절에 일을 못한다고 화냈었다]
[K가 회의록을 작성하라고 압박했다]
[K가 자전거 타라고 강요했다]
K는 C에 상당한 유감을 보였다. C는 조직내 막내였고, 모든 직원들이 각별히 살뜰이 챙긴 인물이였다. 회식을 즐긴 C는 늦게까지 마시게 되면, K는 C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집에 갈 정도였으니, 밖에서 보기에 K와 C의 관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C도 항상 K에 대한 좋은 말만 해 온 터였다. 그랬던 C가 돌변한 것이다.
노무법인은 2차 면담을 요청했고, 이러한 내용에 K도 나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대응했다. 다만, K는 대응을 하면서도 상당한 심리적 박탈감과 함께 힘들어 했다. 또한, 이러한 내용을 일일히 대응 해야하는 일들인가에 대한 상당한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상당한 신뢰를 주고 있던 상사에게도 이러한 일을 상의하면서 철저히 계획적인 일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 항변했다.
상사는 [걱정하지 마라. 잘 해결되도록 하겠다]라고 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K는 이번일로 인해, 5개월동안 회사에 출근하지 못했고, 거기에 추가로 3개월을 더 정직처리를 받았다. 그리고, 회사는 3개월간의 정직처리중에 K자리에 새롭게 직원을 채용했다.
신입사원 두명이 쏘아올린 공은, 서로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시너지를 발휘하고,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퍼저나갔다. K혼자서 막기에 너무 버거웠다. 후에, K도 변호사와 법무법인, 노동청을 다니며,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었으나, 마지막에 K는 그걸 회사에 제시하지 않았다. K는 그래도 오랫동안 회사의 녹을 먹어온지라, 회사가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그냥 용서하고자 했다. 그는 일생일대의 가장 큰 벽에 부딧쳤으며, 퇴직을 결심했다.
문제는, 회사가 고용한 노무법인의 E의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 그는 K와의 수차례 대화와 면담에서 K의 퇴직을 종용했다. 처음에는 [그렇게 힘드신데...에휴...회사를 다시 나가기 싫으시겠어요..]정도 였다. 이때만 해도 K는 설마 E가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근데, 뭔가 이상한 눈치를 챈 K가 퇴직을 유보하자, 급해진 E는 퇴직에 대한 거래를 하기 시작한다. [지금 퇴직을 하시면, 위로금형식으로...] E는 자신이 K를 퇴직시키겠다고 회사, ZH, Z와 거래를 한 것이였다. K는 이러한 E와의 대화나 회사 상사와의 대화녹치록을 전부 가지고 있다. 그러다가 K가 회사에 이런 부당함에 대해 얘기하자, E는 당연히 [제가 언제 그랬어요?]하고, 회사는 [E가 원래 그러는거라고...]라며 말을 뺀다. 중립적으로 최대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사람들이, 가장 모순된 행동을 하고 있는 거다.
K는 자신이 모든것을 쏟아왔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회사에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E가 속한 노무법인의 한 사람이 금번 문제에 대해 [회사가 뭐라고 하던, 노무법인이 뭐라고 하던지 그냥 버텨라]라는 조언을 해준다. 그는 금번 문제가 정당하지 않다고 생각한 한사람이였다. K는 그의 배려에 감사했다.
그리고, K는 회사에 다닌다. 회사는 K를 수십년간 노력해 온 업무에서 배제하고 변방을 내몰았다. 하지만, K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슬기롭게 버티고 있다. 그리고 지난 과거와는 달리, 회사에 대한 생각도 180도 바뀌었다. 연차휴가는 충실하게 쓰며, 출퇴근 시간을 꼭 지키며, 회사가 지침한 계약서를 바탕으로 한치의 흐틀어짐 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