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에게 미안함. 그리고, 그 자식!

내 부하직원으로 입사해, 퇴사한 사람들에게.

by 하찌네형

회사생활을 해 오면서, 내 밑의 부하직원중, 퇴사한 사람은 세명있다.


처음 내손으로 뽑았던 첫번째 사람은, 활달한 성격에 책임감이 강한 사원이었다. 업무를 뛰어나게 잘하진 못했지만 거짓말 없이 성실했으며,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항상 활달했으며, 항상 웃는 얼굴에 분위기메이커 역활을 잘했다. 다만, 당시 정신없이 회사가 커가는 상황속에서 몰려드는 업무들이나, 외부 사람들을 상대하는 업무의 특성 상,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어려움을 잘 이해했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그를 편한자리에서 보면, [팀장님은 말은 그렇게 하시는데, 실상은 아니시잖아요~]라는 불만섞인 말을 많이 했었다. 즉, 천천히 해. 여유를 가지고 해....라고 말했던 것들이, 그에게는 빨리해. 그것밖에 못하니?...라고 들렸다는 것이다. 그런것을 눈치채는 능력따위는 애초부터 없는 나에게, 그렇게 누군가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핑계를 대면서도, 그냥 그런가 하고 넘겨버린게 아닌가 후회된다.


그러다가, 그가 흔들렸다. 몇 달전 동생처럼 기르던 애완견을 보내고 난 뒤, 그런 흔들림은 더해졌고, 딱 그 시기에 거래처에서 큰 문제도 터졌었다. 이러한 상황을 그는 감당하기 어려웠던것 같다. 물론, 그가 퇴직이후에 나에게 들려온 소문은, [팀장님이 힘들게 하셨잖아요~]라는 다소 원망섞인 말들이였으니, 그의 퇴직이유에 내가 원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 내 손으로 뽑은 직원이였기에, 그에 대한 애착은 엄청 컸으며, 뭐라도 잘해주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건 아닌가, 자책하기도 한다.

나중에, 한번 더 재입사를 권할 만큼, 그에 대한 아쉬움은 컸으나, 그는 몇 차례 나의 요청에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좀 더 훌륭하게 키워내지 못한 내의 재능부족이 문제라고 지금도 생각하며, 미안함이 가장 많이 남는 사원이다.




두번째 생각나는 직원은, 대학교 4학년이던 시기에 채용을 했다. 이미 학점을 다 받은 이후였으니, 4학년 2학기는 학교를 안다녀도 된다는 그의 설명과, 그리고 25살이라는 그 어린나이까지의 그의 계획이 너무나 대견하게 느껴져, 큰 어려움 없이 채용하였다. 소위말해, 요즘애들<?>같지 않았다.


참 성실했었다. 누가 봐도, 그런 성실함으로 거래처에서 싫은 소리 한번 듣지 않는 사람이였다. 그래서, 더 잘 교육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차에, 그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회사입사이유가, 내년(26살이 되던 해)에 결혼을 하겠다는 당찬 그의 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었는데, 그에게 그런 목표가 사라진 것이다.


그때였을까. 그러면서 그의 흔들림이 보였다. 그래서, 면담도 자주하고 흔들리지 않도록 갖은 노력을 다했다고 자부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근무하고 퇴직하였다. 회사에서의 팀장이전에 사회의 선배로서, 좀 더 성장한 후에 퇴직하라는 나의 조언과 권고에도 불구하고, 지금과는 다른, 뭔가 새로운 일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 친구도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고, 혹 나의 행동이 그로 하여금 퇴사를 종용하게 만들진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세번째는 사실 생각하고 싶지 않고, 미안하지도 않다.

전에 회사의 근무기간이 너무 짧아 사실 좀 이상하긴 했지만, 갑자기 사업이 어려워져 월급을 못주는 상황이 됬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전의 회사에도 전화해서 확인해본다고 하는데, 나는 차마 그렇게까진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생각이 좋았다. 사내에서 대화를 많이 하자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요즘, 그의 조근조근한 설명이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래서 채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자신의 말은 겉치례였을뿐, 행동이 일치하지 않음을 너무 일찍 보였다. 개인이기주의에 소위 요즘 말하는 무슨 우월주의적인 발언들이 듣기 거북했다. 얘기가 논리적이지도 않고, 설득력도 없다. 남의 말은 듣질 않고, 이러한 모든 상황이 자신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옳다 나쁘다를 떠나서, 아뿔사...싶었다. 이런 사람은 어디를 가더라도 안된다라고, 주변에서 악담을 퍼부을 정도였다.


그래서 미안하지는 않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남을 생각하면서 살길 바랄뿐이다.




회사라는게 그들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일텐데, 그런 큰 부분을 최대한 잘 이끌어가려는 나의 노력은 제대로 되었던 것일까 의심해본다. 필시 문제투성에 모순투성일지 모른다. 그런 부족한 상사밑에서 일하느라 힘들었다고 미안함을 전하고 싶은 오늘이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은 참 힘든일이라는 구차한 변명과 함께, 나에게 독설을 퍼붙는 사람들과 최대한 가깝게 지내려고 하는 나의 행동은, 나 자신을 조금씩 진일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그러니 그렇게 싫어하지는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다들 잘 지내기를 바란다.


번외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퇴직은, 자기 공부를 위해 퇴직하던 직원이였다. 그는 퇴직전에 우리들에게 자기가 만든 초를 선물해줬고, 나를 포함, 많은 사람들에게 손편지도 주면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아쉬워했었다. 퇴직이후 그해 연말에 멀리 타국에서 문자도 보내주는 따뜻함이 있었다.


이 친구에게도,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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