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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Feb 11. 2020

40대의 저탄고지 다이어트(마지막)

실패다...

마지막이라 아쉽지만, 나는 아내의 임신과 함께, 집에서는 더 이상 고기를 굽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내 아내는 임신초기지만 후각이 너무 예민하게 변해있다.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비누냄새의 변화도 눈치챌 정도이다. 변명일 수 있겠지만, 그러한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나의 저탄고지 다이어트는 막을 내렸다. 


저탄고지를 하면서 느낀것은, 항상 건망증처럼 상기되고 상기되는 것이지만, "뭐든지 꾸준해야 한다"는 진리이다. 즉, 꾸준하게 하지 못할 바에는, 힘들게 시작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 된다. 필요없다는 것은 너무 극단적일 수 있지만, 그만큼, 세간에 알려진 여러방법중에 하나를 골라, 꾸준히 하는게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저탄고지를 안하게 된 지난 4주정도의 시간동안, 부분단식으로 나름 다이어트를 했다. 간헐적 단식으로 어려운 건 아니였지만, 점심을 거르고, 오후 3시경에 밥을 먹어, 저녁에 먹는 양을 줄이거나, 아에 먹지 않았다. 즉, 하루에 한끼에서 한끼반, 정도를 먹는 것이였다. 


결과는, 체중이 1도 줄어들지 않았다. 물론 중간중간에 술한잔씩 할 기회가 있었지만, 몸으로 들어가는 음식물이 줄어드니, 당연히 체중에 변화가 있을줄 알았지만, 1도 줄어들지 않았다. 

"에이 설마.....뭔가 먹었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많은 음식이 즐비하던 구정에도, 철저하게 먹는양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또 깨달았다. 내 몸 깊숙히 있는 유전자의 힘을 말이다. 

누가 어디에서 쓴 책의 글인지 기억나진 않지만, 우리몸은 물려받은 유전자가 70~80%라고 했다. 즉, 내가 아무리 발광을 해도, 몸은 10대부터 내가 죽을때까지, 어느정도는 세팅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이걸 역행하는 것은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겠지만, 그 관리가 멈추는 그 순간, 다시 우리몸은 세팅된 상태로 돌아온다. 


물론, 누군가는 일란성 쌍둥이도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환경이란 것이, 통상적으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에서의 환경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때 TV에서 일란성 쌍둥이의 환경에 대한 차이를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한명은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었고, 한명은 운동보다는 기름진음식을 많이 먹는 쪽이였다. 이런 경우는 다소 극단적이라고 생각한다. 


즉, 체질을 바꾸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먹는걸 바꿨다고, 운동을 좀 한다고 해서 나타나는 조금의 변화에 모든것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완전히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이게 어렵다. 


실제 예로, 내 아는 사람은 과거 1년동안 한국의 명산을 모조리 정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실제로 많은 산을 올라 다녔다.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다이어트 효과와 보이지 않는 건강수치의 변화로 만족했던 그는, 등산에서 발목부상을 당한 이후로, 산에 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산에 오르기 전의 몸으로 돌아와 있다. 


또 하나의 예로, 대학시절 여자후배가 있었는데, 엄청난 식사량에 비해, 몸무게가 40kg를 넘지 않았다. 저녁때 무조건 밥을 먹어야 했고, 삽겹살도 2~3인분은 거뜬히 먹던 친구였다. 저녁에는 살을 찌우기위해, 자기전 라면은 필수라고 했던 그녀는, 그 어떤 운동이나 식이요법따위는 하지 않고서도 아직 40kg대 초반이다. 


마지막 예로, 요즘 동네 아파트에 친구가 생겨, 가끔저녁에 술을 마신다. 집이 위아래층이고, 술도 집주변에서 마심으로, 마음도 편하게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 친구가 말했다. "형님. 살찌는 방법 좀 가르쳐 주세요". 이건, 뭘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까.......싶다. 





10주정도 고탄고지를 했다. 대략 4~5kg정도는 줄일 수 있었지만, 지속할 수 없었다. 다시 몸무게는 그 전으로 돌아갔고, 요지부동이다. 먹어도, 먹지 않아도 단시간에 몸무게는 움직이지 않았고, 그것을 확인하고자, 1주일간 철저하게 1일1식을 했음에도, 1.2kg정도의 감량효과가 있었다. 


이 나이에 얼마나 많은 다이어트를 해서, 얼마나 건강해지려고 하나...하면서도, 뭔가 목표의식이 흐릿한 상태에서의 다이어트는 그저 순간적인 발광에 지나지 않았거나, 매번 맘먹고 헬스장에 회비를 헌납하는 행위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대뜸 들었다. 


아무튼, 이번에도 실패다. 자기 합리화는 언제나 실패후에 따라오는 필수적인 거짓말이라 큰 의미는 없지만, 항상 이런 비정상적인 합리화를 하더라도, 매년 찍혀나오는 건강검진의 빨간신호를 없애는 것이 목표일 것인데, 어떻게 해야할까 막막하다. 적어도 다이어트에 관해서, 나의 정신상태는 아주 미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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