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릴 수 없는 것들.
아내와 나는 회사에서 만났다.
나보다 아내가 먼저 회사에 입사해 있었으며, 나는 신입사원이였던 그 시절에 소위 말해 능수능란한 작업을 통해 아내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 후로 6년이 흘러,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는 결혼을 했다. 뭐, 특별할 것도 아닌 남들과 똑같은 그런 결혼이였다.
결혼이후, 꽤 오랫동안 아내는 화장대에 앉아, 작은 손거울을 뒤로하며, 정수리부근에 한 두개씩 나오는 흰머리를 유난히도 신경써 했다. 내가 "괜찮아. 이상하지 않아." 라고 슬쩍 말을 흘려도,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조금한 쪽집개로 이제 1~2cm남짓 삐져나온 작은 흰머리까지도 뽑을 기세로 요리조리 움직인다. 뽑다가 각도가 잘 나오지 않으면 어김없이 나를 불러 기여이 목표한 흰머리를 뽑곤 하였다.
그러던 그가 첫번째 아이를 낳았다. 임신한 여성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심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 탈모나 갑작스런 흰머리의 증가를 경험한다고 했다. 특히, 적지않은 나이였던 아내는, 그게 나이탓이였는지는 모르지만, 정수리쪽의 머리카락수가 현저히 줄어듬을 나도 알 수 있었다. 또한, 한두개씩 보이던 흰머리도 제법 숫자가 많아져, 화장대앞에서 흰머리를 뽑는 시간도 점차 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둘째를 임신했고, 첫째때와 마찬가지로 머리숱은 갈 수록 적어지고 머리카락도 많이 얇아짐을 알 수 있었다. 이제 흰머리는 한두개 뽑아서 없어지는 수준은 넘어섰다. 그도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 언젠가부터 화장대에서 흰머리를 뽑지 않는다. 뽑지 않으니, 보이는 흰머리는 제법 정수리 부분에서 많이 자라 있었다.
아내는 자신이 젊음이 끝나가는 것에 아쉬워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흰머리라도 남들에게 보이지 않으려 매일밤을 흰머리 한두개와 사투를 버렸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의 흐름을 어쩔 수 없이 인정해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상당히 마음이 짠하다.
오늘 그의 단정하게 빗지 않은, 그래서 제법 흐트러져있는 머리에 길게 뻗은 흰머리를 보고 있자니, 이제 곧 40줄로 넘어 올 그녀에게, 나는 앞으로 어떻게 소녀감성을 잃지 않게, 언제나 우리 처음만났던 20대 그 어느 여름날의 그녀로 지켜줄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