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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Apr 09. 2021

[회사생활백서 #22] 퇴직

영원할 수 없는 회사생활

회사에 어르신 한분이 퇴직을 하셨다. 특히 일본계회사라 정년이 보장되는 이 좋은 환경에서, 매년 60세 정년을 맞이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특별히 임원으로 진급하지 않아도, 그냥 평사원으로 있어도, 그들은 절대 힘들어하거나, 자기 후배가 자신을 뛰어넘어 올라가는 것에 딱히 분노하지 않는다.


그분은 주임으로 퇴직을 하셨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25살에 입사했다고 하니, 대략 35년을 근무한 셈이다. 1985년, 내가 코흘리게 시절에 입사를 했던 것이다. 자그만치 서울올림픽 전의 얘기이니, 얼마나 오랜시간을 이 회사에서 몸바쳐 일했을까.

지금 내가 약 20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이 어디 비할 수 있을 것인가. 군대시절에 26개월이 정말 지나가긴 할까...라고, 매일매일 되내었을때가 있었는데, 참 부질없는 행동이였다.


딱 그가 지금의 나정도 되었을쯔음에, 그에게 무슨생각을 가장 많이 했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나의 40대는 너무 빨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아..]라고 말하면 웃는다. 40대에 들어왔을때도 변함없이 일하고 있었지만, 잠깐 뒤를 돌아보니, 45살이되고, 또 잠깐 일하다 돌아보니, 이미 50줄에 들어와 있더라..]라고 했다. 그에게 40대는 화살보다 더 빨리 지나갔던 것이다. 한참 웃다가, 갑작스러운 철학적 질문에 짐짓 놀란듯한 표정이었지만, 아주 찰라의 순간에 그의 이마에 주름이 스쳐지나갔다. 시간은 그렇게 속절없이 흘렀던 것이다.




일본회사는 지금 한국과는 다르게, 대부분 고용이 안정되어 있고, 심지어 정년이후에도 시니어제도를 이용하면 회사에 더 남아 있을 수 있다. 물론, 월급이야 상당히 줄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그들의 노련함과 숙련된 기술이 필요할 것이기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 적은 비용으로 회사에 남게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는 퇴직을 선택했다. 이제 나이 60살. 청춘을 다한 몸이기에 뭔가 새롭게 배우고 움직인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할일없이 집에만 있는 것도 곤욕일 수 있다. 무슨 계획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35년을 근무한 그 회사를 미련없이 떠났다.


이렇게 일을 하는것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곰곰히 생각해 본다. 요며칠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두어달 했었는데, 나같은 경우, 뭔가 무료해지는 것을 느꼈다. 왠지 지금 이렇게 있으면 안될것 같고, 뭔가 막 움직여야 할 것 같은 충동이였다.


그러다 어느날 그 모든것이 멈추는 듯 한 기분은 어떨까.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없어졌다는, 그런 이상한 감정에 눌리면 나는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 봤다. 빛좋은 개살구 같은 [제 2의 인생]은 그저 여유있는 사람들의 말일 뿐, 괜한 행동으로 그남아 가지고 있던 돈마저 전부 날릴 가능성이 있을텐데, 쉽지 않다. 또, 자식들에게 일부 결혼자금을 대어줄 것을 생각하면, 퇴직과 동시에 손에 쥐는 퇴직금은, 마치 내돈이 아닌것 같은 잠시 낸 손을 스쳐지나가는 바람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퇴직이란 말은 적어도 나에게 그렇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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