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다
같은 공간을 나눠 살아가는 사람들
우린 가족이라 부른다.
가족의 역사는 아마도 봄부터 겨울까지의 그림과 아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꽁꽁 얼어 있던 땅 속 어디쯤에 웅크려 숨어 있던 것 들.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언어는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할 수 있을지 모를 온기를 품고 있다.
창 가에는 지난해에는 보이지 않던 자그마한 여린 싹 하나가 몰래몰래 틈 사이로 올라오고 있다.
새로운 생명체 하나가 남자와 여자 사이에 틈을 메꾸어 간다. 햇빛, 공기, 물 이제는 준비가 되어있다.
조금의 상처라도 생겨 나지 않도록 남자와 여자는
시간을 내고,
공간을 다듬고,
생각을 모은다.
정성을 다한다.
많은 이야기도 나눠 준다.
조금의 틈도 벌어지지 않도록 살펴본다.
배려, 관심, 사랑 이란 양분으로 이제는 초록의 선명한 이파리가 되어 있음을 아는 순간이다.
경이 로울 뿐이다.
소리도 낼 수 있다.
온전한 형태를 갖추어 남자와 여자에게 기쁨의 존재로 자리한다
매일이 흐른다.
이제는
자주 해를 쐬어 주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향해 팔다리를 펴게 되었고,
예전만큼 의 물이 없이도 며칠을 견뎌 낼 수 있게 되었다.
편안함 이 생겨 났지만
동시에
낯섦 도 공존 했다.
어린잎이었던 아이들에게 가빈의 손길은
‘간섭’ 혹은 ‘지나침 ’ 이란 단어로 불려졌고
‘알았어.’ 란 상냔한 아이들의 답은
‘알아서 할게’ '그만‘ 이란 무미건조한 답으로 돌아올 뿐이다.
'쾅' 닫는 방문의 소리 만이 공간을 울리곤 했다.
새록새록 , 웅성 웅성 했던
가빈의 공기는 며칠이나 햇볕을 보지 못한 나뭇잎처럼 바삭 말라 있다.
“얘들아. 엄마랑 이번 주말에 영화 볼까? 애니메이션 나왔다네. 우리 기다렸던 영화이었던 거 같은데. “
”아이, 나 친구랑 약속 있어. 학원도 가야 하고. 엄마 친구랑 봐. 아니면 아빠랑 보던지. “
시들해진 화분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스쳐간다.
”와. 김치찌개다. 진짜 맛있어. 당신, 김치찌개 집 하나 오픈할래? “
가빈이 안 쓰러웠는 지 남편은 너스레를 떨어 본다
”'뭐라고? 가게는 뭔 돈으로 오픈을 해? 당신, 돈 있어? “
퉁명스럽게 툭 내뱉은 말을 두고 가빈 또한 ‘쾅’ 방문의 울림을 만들어 버렸다.
식탁 위에 올려져 있었지만, 가빈 아버지의 눈길조차 받지 못했던 엄마의 겉절이가 된 듯 서운함이 솟구쳐 올랐다.
아이들은 크고 있는 것이었다.
뿌리를 내리고 잘 설 수 있는 나무가 되려고 말이다.
커 나가는 건 아이들 뿐 만 이 아니었다.
가빈의 공간에도 점점 많은 이야기들이 켜켜이 나이테를 쌓아가며 성장하고 있었다
작은 학원의 영어 강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교육이라는 장거리 트랙에 서 있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고, 화도 내어 가며 고된 하루를 보내야 했었다.
‘더 잘할 수 있다. 조금 더 공부하자.’라는 격려의 말 들은 학원의 아이들에게만 전달될 뿐이었다.
머리와 마음속에 존재하는 감정과 이성 이란 녀석은 참으로 분주한 듯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시작한 일이며 또한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건만,
어찌하여 집안의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다정 섞인 언어가 되지 않는지 가빈은 속상했다.
우스운 일이었다.
하루 동안의 아침에서부터 저녁까지
하물며, 초 단위 혹은 분 단위로 이성과 감정의 신경은 어찌 이토록 자유롭고 신속하게 넘 나 들 수 있단 말 인가?
블럭버스터의 시리즈의 콘텐츠로 충분히 가능한 소재가 아닐까?
'뉴런의 세계를 지배하는 자'.
인간의 뇌는 이리도 많은 감정과 셀 수 도 없을 만큼의 가닥가닥 얽힌 곳에 제자리를 찾아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상상해 본다
‘지금 그 파란 신경은 여기에 있어야 하지. 아니, 아니, 거기가 아니고 여기 말이야.’
’ 참. 그리도 빨간 선, 너는 똑바로 건너지 못하고 말이야. 엉?‘
똑바로 걷지 못하는 뉴런(neuron) 들의 말이다.
혹여 제이워킹을 일삼는 뉴런에게 빨간 봉을 들고 호루라기를 불어 대는 교통관이 여기에도 존재한다면 인간은 신경 안에서 무척이나 자유로울 텐데..
지시의 언어에 익숙 한 사람들이 여럿 있을 수 있지만, 양육자가 다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성장이 반드시 양육자와의 성숙한 대화로 이루어진 다는 것은 보장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들만의 다른 세상의 언어들
끼어들 수 없는 대화들
들어주지 않는 대화들.
하지만, 롱디남은 가빈의 말에 귀를 기울 여 주었다.
반박하지 않는 뛰어난 대화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율적 태도
'조율'을 잘하는 대화 능력자는 단순히 말을 잘하는 것을 넘어, 다음의 심리적 및 기술적 태도를 갖춤
① 적극적 경청 (Active Listening)
상대방의 관점과 감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 반박할 증거를 찾는 대신, "상대방이 왜 저렇게 생각할까?"에 집중하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요점을 정리해 되물어 준다.. 이는 상대방에게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방어적인 태도를 풀게 만듦
② '나' 전달법 (I-Message)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판단하는 "당신은 틀렸어" 대신, **"나는 당신의 행동 때문에 이렇게 느낀다"**와 같이 자신의 감정과 필요를 전달하는 방식.
❌ 반박식: "당신은 항상 마감 시간을 안 지켜서 문제예요."
✅ 조율식: "마감 시간이 지연될 때, 저는 프로젝트가 망칠까 봐 걱정이 됩니다."
운전대를 잡은 롱디남을 가만가만 살펴보는 가빈
결혼이라는 희생 이 부여될지 모를 인생의 결정을 맘먹었던 가빈의 남편과
불안하고 약속되지 않는 미래의 관계는 맺고 싶어 하지 않는 맘을 가진 사람과의 틈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늘 서툴고 어설펐던 가빈은 롱디남 과의 만남에서 만 큼은 바른 선을 긋 고 있다고 느꼈다
”찾아보니까. 여기가 완전 맛 집 이라는데? 근데 , 평점이 좋아도 사람의 입맛이 다 다르니까, 맛있는 거 같아? 어때?. “
시시한 이야기, 쓸데없는 이야기 가 그리 웠다.
무거운 이야기, 삶의 이야기 싫었다. 가볍고 싶었다
계획하지 않은 , 흐르는 시간 들이었다
8 화 와 9 화를 같이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