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인코트
너의 질량은 얼마쯤 일까? 보존의 법칙?
채워 넣고 싶었고, 채워 지고 있었다.
약속 이란 기대감 3 스푼
알 수 없었던 표현과 감정들을 채워감 3 스푼
서로를 알아가는 은밀함에 3 스푼
물체가 본디 가지고 있는 물질의 양을 의미하는 질량
아이들 은 그들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법칙을 익히게 되었고
남편 또한 자신의 질량만큼 만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책임감은 있었기에 남편은 무언가를 열심히 했다.
열정은 있지만, 성실하다고 가빈은 생각하지 않았다.
열정이 사라지면 금세 싫증을 내곤 했다.
의견의 다름은 자꾸 다툼을 만들어 냈고, 이해의 축은 자꾸만 삐뚤어지곤 했다
시지프신화처럼 밀어 올리고 또다시 밀어 올려야 만 하는 삶의 무게들.
쌓여가는 시간이 가져 다 주는 경험의 축적만큼이나
잃어 가는 무수한 것들도 사람들에게는 모두 공평하다고 여겼으며
인생의 출발 점이 다른 금 수저만큼의 부는 애초에 바라 적도 없었다.
바르게 살아온 가빈의 부모들이 있었으므로
그들처럼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만 했다.
어머니의 우아한 겉절이처럼 자리를 차지하며 가족 이란 이름에 틈이 벌어질 때마다 메우고 또 메워 갔다.
시간이 날 때마다 튜터링과 함께 학원일도 꾸준히 해 나갔다.
”아이고, 어머님 죄송해요. 비가 너무 많이 와서요. 오늘 채림이 수업 다음으로 미뤄도 될까요?. 감사합니다. “
여름 장마의 예고도 없이, 유난히 많은 비가 쏟아져 내리던 어느 날이었다.
해어진 밑창을 다 뚫고 들어와 웅덩이 하나를 만들어 버린 신발로 도저히 수업을 갈 수가 없었다.
’한 번도 쉬워 본 적 없이 열심히 사는 내게, 하늘은 너무 고약하구나. 아니면 다른 재주 라도 쥐어져야지.‘
처벅처벅 걸어가는 자신의 발을 내려 다 보며 빗물처럼 쏟아지는 눈물을 잠재우며 집으로 향했다.
” 여보세요? 웬일이야? “ 가빈은 태연하게 전화를 받았다
“비 너무 많이 오는데. 어디야?” 롱디남은 물었다
빗물에 젖어버린 낡은 신발과 닮은 자신이 싫어진 가빈은 빠른 대답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 내가 갈 테니까 기다려.”
“아냐, 나 거의 집 가까이 왔거든. 내가 내일 연락할게.”
전화를 끊은 가빈은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를 누르면서 맘을 가다듬어 보았다.
흩어지지 않으려고, 반듯하게 선을 그으려고 말이다.
“ 어. 오늘 일찍 들어왔네.” 남편의 말은 반갑지 않았다
“ 애들은? ” 가빈이 가 물었다
“ 방에 있겠지.” 현관문 소리에도 자신들의 세계가 중요한 아이들은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선 가빈을 보자 물었다
“ 엄마. 내일 학원비 내는 날 이래. ”
“ 알았어,”
’아. 그냥 자고 싶다. 씻는 거. 먹는 거 모두 다 그냥 이대로.‘
대충 화장을 지우고 대강 설거지를 마친 가빈은 침대에 먼저 자리를 잡았다
“여보., 우리 같이 잠든 거 언제 인지 기억나?” 남편은 가빈의 옆 자리에 슬며시 누우며 말했다.
“애들도 다 커서, 이제는 좀 그렇지 뭐.”
가빈은 베개를 들고 박차고 나오고 싶었지만, 더 이상 말을 섞을 힘도 남아있지 않은 밤이었다. 가빈에게 들리는 저녁의 빗소리는 예전 과는 다른 지저분하고 끈적이는 습기 많은 해어져 버린 신발의 냄새와 같았다
장마는 뽀송했던 모든 것을 물기를 한 껏 먹여 가벼움을 잃게 했고
습기를 머금어 바닥을 휘감는 공기는 앞으로 전진할 수 없도록 제자리를 맴돌게 만들었다.
길고 긴 장마는 가빈을 축축 하게 만들기에 충분했기에 힘든 감정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장마 사이사이마다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은 아주 작고 희미했다
가빈은 그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씩 모아 가고 있었다.
가빈의 세계
빛의 도움 없이는 밝음을 취할 수 없고, 인위적인 공기 없이는 꿉꿉한 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깊고도 먼 그곳이었지만,
그곳은 들어서자마자 할로겐의 불빛처럼 온화함을 만들어 냈고
틸트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지친 마음의 휴식을 심어 주었다.
모두 가빈이 것임에 틀림없었다.
또로록 또로록 떨어지는 빗방울은 창 을 향해 놓인 작은 화분에 숨을 주었다.
가빈의 세월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었고
가빈의 세계는 고유의색을 가진 울타리가 쌓여 지고 있었다.
가빈의 질량은 어느 정도 이었을까?
잃어 버릴 수 없는 것들
잃어 야만 하는 것들
얻어야 만 하는 것들
" 약사님. 저 좀 다쳐서요. 밴드좀 주시겠어요?"
"아이구, 상처가 좀 깊겠는데요.. 음. 기다려 보세요. 여기 넓은 밴드로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어쩌다 가..."
아파왔다.
건널목의 발목이 겹질려진 탓에 그냥 몇 시간을 두었지만, 점점 부풀어 오르는 발등과 화끈 거리는 아픔이 견대기 힘들어 약국으로 달려 갔던 것이다.
'내가 왜 그랬지?"
한 쪽으로 몰려 있는 생각의 깊이가 몸 안의 다른 상채기를 만들어 알려 주는 듯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