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나는 박완서 선생님이라면 맹목적이다.
선생님께서 발견한 삶의 위선과 허위, 삶에 대한 바람과 태도는 생활의 언어로 다가와 삶의 가장 민낯을 오차 없이 찌른다.
와중에 선생님께서 발견했던 삶의 위선이 내 삶과 맞닿아있을 때 느끼는 낯부끄러운 순간이 오면, 나는 기꺼이 선생님의 날렵한 문장에 찔리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그제야 포장지로 싸고 리본으로 묶어 감춰둔 나의 민낯을 나도 볼 수 있다.
50년 전 쓰인 글이 현재를 산다. 사랑에 대한 젊은이의 두려움, 과정을 생략하고 건너뛰기를 하려는 심보, 밀려날까 두려운 마음에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자 권위를 잃는 부모의 모습. 아마도 영원히 지금을 울릴 것만 같다.
세련된 혜안이란 이런 게 아닐까. 글의 말미에 쓰인 집필날짜인 1970년대에 오늘이 맞닿는다. 삶의 연속성과 반복성에 크게 놀라고, 삶을 대하는 태도의 영구성을 깨닫는다. 클래식은 영원한 게 맞다.
감히 대화한다 생각하며 읽었다. 선생님의 생각에 현재의 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오늘의 내 생각을 적으며 방구석 독자는 연필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솔직한 선생님의 생각에 나도 절로 솔직해졌다. 나의 허위와 위선이 드러나는 순간이 잦았다. 그게 다 나였다.
생활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 그 의미와 내 생각을 치대고 반죽해서 생활의 언어로 다시 빚어내어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일. 선생님을 동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책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찌 감히 선생님의 생각을 만날 수 있었을까. 활자를 외면하려는 시대에 활자를 써주셔서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