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는 건 신기한 일_[매일 읽겠습니다] 황보름

독후감

by 주윤

참 신기한 일은, 책은 다른 사람의 생각으로 가득한 것인데 읽는 과정에서 내 생각을 만난다는 것이다.

사춘기 소녀시절, 낭만을 쥐어주었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세상 아무 곳에다 바늘 하나 세워두고 하늘에서 밀씨를 뿌렸을 때 바늘에 밀씨가 꽂힐 확률이 인연”이라 했다.



남의 생각인 책에서 내 생각을 만난 것도 이 놀라운 인연이라면, 온몸으로 경험하는 게 순리이다. 방구석 독자는 응당 입을 틀어막고 뇌에선 전구가 반짝 켜지는 황홀을 경험한다. 반사적으로 내가 아끼는 연필로 밑줄을 긋고 옮겨 적는다. 이 순간을 위해 읽는지도 모른다.



그 문장들을 만나면 내가 변화한다. 쥐스킨트도 책 읽기는 기억보다 변화라고 했단다. 황보름 작가도 이렇게 말한다.

“한 권의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읽은 후의 내가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설사 내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내가 경험한 것에 내 생각이 더해져 내 태도가 되고 내가 된다. 내가 읽은 것이 경험이라면 나는 아마도 내가 읽은 것으로 이루어질 게 분명하다. 내가 읽은 것으로 내 생각의 면적이 넓어지고 밀도가 높아지길 바란다.



나는 많은 순간 참고 감추고 숨기며 살지만 책 안의 인물들은 그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을 본다. 그 경험으로 나는 나와 타인의 삶을 납작하게 보지 않는 태도를 갖는다. 동시에 감히 내가 경험하지 못한 슬픔을 책에서 읽어보았다고 다 안다는 듯한 태도가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도 배운다.



책을 읽르며 연주가의 숙련된 연주를 듣는 듯 했다. 집을 짓는 벽돌이 있어야 할 제자리에 있듯이 반듯한 문장들이 부족한과 모자람 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책이었다. 멋있었다. 독서가의 단단하고 튼튼한 생각이 단정한 문장에 자연스럽게 담긴 정련된 글을 감탄하며 읽는 것도 책읽기의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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