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지 않는 삶에 대해서
간헐적 단식과 일일일식 열풍이 한동안 유행했고 아직까지도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이 많다.
나도 몇 년 전 이 이론에 경도되어 일일1식으로 거의 10킬로 이상을 감량하고 주변에 전도사가 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극단적인 방법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게 되는데 일일일식으로 근근이 살 수는 있었지만 항상 목소리도 작아지고 힘이 없어서 주변에서 걱정을 할 정도였고 나도 활기차게 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모습이었다.
특히 얼굴살이 많이 빠져서 늙어 보이게 되는 노안은 대표적인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일일1식은 한 끼를 정말 충실하게 잘 먹어야 가능한 일인데 일반인이 이런 식단을 유지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서 깨달은 점이 있는데 배고픔은 고통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의든 타의든 훈련을 하면 어지간한 배고픔은 참을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약간의 배고픔도 죽을 것 같지만 나중에는 어지간한 배고픔에도 초연해질 수 있게 된다.
마치 못 사는 나라에서 굶주림이 일상이듯이 말이다.
삼시 세 끼를 다 먹으면 나 같은 직장인은 단순히 칼로리 계산만 해봐도 무조건 흑자가 난다.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았는데 점점 돈이 쌓여서 부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세끼 먹고 회사 다니는 것만으로도 1년에 1킬로씩 늘어나는 건 그래서 사실 당연한 것이다.
우린 그것을 나잇살이라고 부른다.
그럼 체중을 유지하는 방법은 두 끼로 식사를 줄이거나 세끼의 양을 줄이는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나는 점심을 먹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아침에는 보통 입맛이 없어서 배부르게 먹기가 힘들고 나는 아침을 먹지 않으면 에너지가 부족해서 오전 시간을 버티기가 어려웠다.
저녁 굶지 않는 이유는 배가 고프면 잠들기가 어렵고 간혹 있는 모임이나 회식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은 거르는 사람이 흔하지만 점심을 거르기는 사실 쉽지 않다.
점심은 직장인의 가장 큰 기쁨이기도 하고 친교가 이루어지기도 하는 이벤트이기도 하기 때문인데 마치 흡연자들 사이에서 비흡연자가 된 기분을 느껴야 한다.
인류가 점심을 먹게 된 것은 200년이 안된다고 한다. 그것은 서양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였는데 산업혁명으로 공장 노동자가 생기면서 길어진 노동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긴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도 일하다가 먹는 새참이라는 것이 있기는 했지만 이건 점심의 개념은 아니었다.
한자로는 점심(點心)으로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의 아주 간단한 요기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점심을 건너뛰면 어떤 장점이 생길까.?
첫 번째로 긴 점심시간이다. 나는 보통 운동을 하거나 낮잠을 자는데 운동은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식곤증이 없다. 밥을 먹고 소화시키는 과정에서의 불편한 점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밥 먹고 양치하는 것조차도 안 해도 된다.
세 번째는 진짜 배고픔이 어떤 건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우리는 배고픔의 고통에 아주 약하기 때문에 가짜 배고픔에도 쉽게 굴복한다. 심지어는 갈증을 배고픔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은 내 몸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어서 아무거나 먹지 않도록 나를 돌아보게 해 준다.
물론 말머리에 언급 했던 목적인 적당한 체중 유지가 가장 큰 수확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점심을 건너뛰는 삶은 장점이 많기는 하지만 역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몇몇 회사의 동료들은 같이 하고 있다.
만약 사정이 생겨 점심을 가끔 먹는다고 해도 그건 간헐적 단식으로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다음날 안 먹으면 되니까 말이다.
약간 더 견디기 힘들어 지겠지만 배고픔을 느끼는 만큼 나는 건강해 진다고 생각하면 좋치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