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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역사쟁이 Oct 20. 2016

경주, 첨성대를 만나다.

첨성대와 숫자.

  



첨성대와 숫자


천마총에서 첨성대까지 느린 걸음을 걸으면 15분 정도 걸린다. 한낮과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함을 느끼며 걸었다. 하지만 머리는 복잡했다. 야경을 즐기러 나오기는 했으나 첨성대를 보면서 아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한다. 숫자에 약하다......
첨성대는 숫자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우선 9미터가 조금 넘는 높이는 28단으로 되어 있다. 28단은 별자리 28수를 상징하고 여기에 기단을 합치면 29단이고 이는 29일 한 달이다. 중간에 있는 출입문 아래로 12단, 위로 12단은 12달, 합쳐서 24단은 24절기를 의미한다. 첨성대를 쌓은 돌은 361(362) 개인데 이는 음력의 1년을 의미한다.
가운데  네모난 모양의 구멍은 문 역할을 했다. 사다리를 걸었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문이 난 높이까지는 흙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우물 정자(井) 모양의 꼭대기로 올랐을 것이다. 별을 관찰하기 위해서......




                                                                                첨성대


현재 첨성대가 천문대로 안내되고 있으나 천문대가 아니라는 주장도 많았다. 첨성대를 처음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실망한다. "동양 최고의 천문대"로 배우고 알려진 것에 비해 너무 작다는 것이다.
9미터가 조금 넘는 높이에 올라가면 하늘이 더 잘 보일까?라는 의문은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이는 오늘날 천문대 대부분이 높고 깊은 산속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선입견이다.
첨성대가 천문대 역할을 할 당시와 오늘날의 상황은 너무도 다르다. 아무리 높은 산에 올라도 인공 불빛이 많으면 별을 보기가 쉽지 않다. 반면 낮은 곳에 있어도 주변이 어둡다면 하늘의 별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해진 시골 마을의 하늘은 별로 가득했었다. 

 "별이 까맣게 쏟아진다"는 표현을 누구라도 했을 그때의 밤하늘이 그립다. ㅋㅋ



첨성대가 지금의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첨성대가 위치한 곳 바로 뒤편이 신라의 궁궐로 알려진 월성이다. 조선시대에도 하늘을 관찰하는 일은 중요하게 여겨졌다. 농업 국가였기 때문이다.
신라나 조선 모두 경제의 중심이 농업이었고, 고대로 갈수록 별자리의 움직임을 왕권과 연결하는 경향이 강했다.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에 하늘의 움직임을 수시로 보고하기 위해서 궁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야만 했다. 때문에 근사한 언덕이나 높은 산이 아닌 평범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첨성대 정면


문이 있는 곳이니 정면이다. 첨성대의 문은 정남으로 나있고 꼭대기의 우물 정(井)의 각 모서리는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가리킨다. 
첨성대는 낮은 곳에 위치해 있으나 정확하게 하늘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게 제작된 장치인 것이다. 기준점 역할을 성실하게 했던 첨성대는 천문대 맞다.....


첨성대




첨성대가 우물을 닮았다고?


첨성대의 모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언제부터인가 여러 설 중에서 나의 머릿속에 들어와 정설이 아님에도 정설처럼 굳어진 것이 있다. 바로 우물을 형상화했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 시골 분위기가 아주 진한 곳에서 자랐다. 마을에 우물이 두 개 있었는데 1년에 한 번은 청소를 했다.(칠석 날로 기억됨) 청소는 마을 잔치 분위기로 행해졌는데 어른들이 점심 먹는 시간에 물 빠진 우물은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로 변했다. 울퉁불퉁한 우물 안 벽을 타고 내려갔다 올라오는 보잘것 없는 놀이였다. 
우울 안에 들어갔던 어린 시절의 경험은 첨성대가 우물을 닮았다는 이야기를 정설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실제로 우물은 입구에 비해 안으로 들어가면서 공간이 넓어진다. 우물을 땅속에서 쭉 뽑아낼 수 있다면 딱 첨성대 모양을 닮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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