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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Oct 02. 2024

잠 못 드는 청소년들에게

티처스 27화 : 잠은 죽어서 자는 거 아니고 살아서 자는 겁니다.

[도전학생의 이야기]
고등학교 2학년의 준서 군은 고등 1, 2학년 내내 전 과목 1등급의 누적 내신 1.0을 자랑하는 소위 '내신왕'입니다. 아무 걱정이 없을 듯한 준서 군이 티처스 문을 두드린 이유는 월등한 내신에 비해 모의고사 성적이 너무 낮았던 것인데요. 모의고사 기준으로 국어 4등급, 수학 3등급, 영어 3등급을 받아 실제 수능에서는 4등급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각주참조) 이대로는 내신 1등급임에도 수능최저**(각주참조)를 맞추지 못해서 1.0의 성적임에도 의대를 가기 힘든 상황입니다. 사실 수능 성적만으로는 인서울 입학도 불가능한 정도입니다.


[각주]

* 고2보다 고3 수능 시험이 범위도 더 넓고 난이도도 더 높은 편인 데다가 실제 수능에선 재수생들이 유입되어 마지막까지 내신을 챙기는 고3들은 한 등급씩 떨어지는 경우가 매우 빈번합니다.

** 수능최저학력조건 : 내신으로 입시를 치르는 수시에도 심한 학력격차를 막기 위해 수능최저조건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최상위권이 지망하는 의대 등 메디컬 계열과 명문대일수록 까다로운 조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수영과 4개 과목의 등급의 합이 5 이하여야(4합 5) 한다거나,  국, 수, 영, 과중 3과목 이상 1등급 등으로 학교와 학과, 그리고 전형별로 조건이 있습니다.


거의 30년즘 전 완전 다른 입시를 치른 중년 아줌마가 보기에 지금의 입시는 참으로 복잡하기도 하지만, 그 많은 것을 신경 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편나온 수시러의 4대 고행 들어보셨나요? 수시러가 되려면 (수시전형으로 대학을 가려면) 치열한 내신 경쟁을 하고, 시험기간 외에도 수행평가에 신경 써야 하고, 동아리 등 세특도 관리해야 하며, 최저등급을 위한 수능공부도 해야 한다고요.  정말 고등 기간 내내 잠시도 숨 돌릴 틈이 없는 거지요.


준서 군은 내신왕답게 성실함으로 중무장된 노력파였습니다. 그런데 일상을 들여다보니 성적보다 훨씬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가 보입니다. 매일 커피수혈을 해가면서 새벽 3,4시에 자는 일이 다반사고 수면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노력대비 수능점수가 안 나오는 이유가 명확해 보이기도 했지만 아무리 정신력을 끌어다 쓴다고 해도 어쩌다 하루가 아니라 매일 그렇게 짧게 자는 것이 가능은 한일인가 싶었습니다.


오래된 수면 부족으로 준서 군은 이미 '브레인포그(brain fog)'를 겪고 있는 듯 보입니다. 안개가 낀 듯한 뇌의 상태를 일컫는 브레인포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수면의 질 저하, 음식 알레르기 등으로 발생하고, 집중력 감소와 기억력 저하, 피로감, 우울, 불안,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로그램 처음부터 준서 군을 잘 관찰하면 브레인포그의 거의 모든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머리가 멍한 상태이니 현재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짜서 공부하는 것도 불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노력은 하지만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공부가 아닌, 이미 아는 것을 확인하는 공부만 계속하고 있음을 티처스의 두 선생님도 지적하시더라고요. 정승제 선생님의 찰떡 비유. "사자가 사냥을 하러 다니지 않고 통조림만 먹고 있다."라고 하셨는데 정말 준서 군도 솔직히 고백하더라고요. "수능 준비는 너무 막연해서 막막하다고요."


문제는 잠을 일정시간 자는 게 준서 군을 위한 거라고 다들 조언해도 준서 군이 쉬이 쉬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몸이 힘들어서 쉬어도, 몸이 쉬면 마음이 더 힘들다는 준서군. 이 정도면 '성실'을 넘어 성실에 대한 '강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상 중에도 심리상담센터에 방문해서 진단을 받았는데 스트레스 정도가 매우 심각했습니다. 공부보다 훨씬 앞에 건강이 있다는 것을 하루빨리 준서 군이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에 정승제샘이 금쪽같은 한마디를 해주셨습니다. "공부를 하다가 링거를 맞는 일이 있고, 종일 게임을 하다가 링거를 맞는 일이 있지. 나는 똑같이 분노해. 맑은 정신으로 공부를 하면 90%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그 상태로 공부하면 50%도 못 받아들여." 선생님 말씀대로 밤새 게임을 해서 못자는 것과 공부를 하느라 못자는 것 둘다 스스로를 학대하는 일인 것은 분명하지요.


학생의 상황은 매우 다르지만 예전 야구소년(티처스 17회 : 05화 야구소년, 너를 응원해! (brunch.co.kr)) 이야기에서도 언급했듯이 공부는 얼마만큼을 집어넣는가의 input의 게임이 아니라, 집어넣은 것 중에 얼마만큼 이 남느냐 하는 intake의 게임이라는 점을 정승제 선생님도 강조하신거지요. 특히 기초가 아예 없는 학생이 아닌 만큼 더더욱 양보다 질에 집중하는 공부가 필요해 보입니다.


최근 티처스에 나오는 많은 친구들이 '잠은 죽어서 자면 된다'며 잠을 폄하하는데요. 잠은 살아있을 때 자는 거지요. 최근 뇌과학자들의 많은 연구로 '잠'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밝혀졌기에 제발 잠을 줄여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어리석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모든 수험생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중 수면시간이 압도적으로 짧은 것이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과 큰 상관관계가 있음을 많은 전문가들이 언급합니다. 수면부족은 호르몬 체계를 교란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며, 우울과 불안등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며, 학습장애등을 유발하고 장기간 지속되면 뇌기능 손상을 일으킵니다.  준서 군도 불안하고 배가 아프고 불안하고 노력대비 역량발휘도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수면부족에 있고 그 수면부족으로 모든 것이 악순환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히 판단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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