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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라도봄 Sep 26. 2024

공부, 재능인가 노력인가.

티처스 26화 : 게으른 수학천재 / 지능의 함정

티처스에 또 '영재'가 등장했습니다. 다시 영재발굴단이 되는 건가 하고 티처스 연재를 그만둘까  고민했던 회차입니다. 물론 공부를 잘한다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회차의 경우엔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도움보다 박탈감을 주진 않았을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고 사실 더 절박하고 간절한 학생들도 많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부러워할 것만은 아닌 영재성, 그 타고난 영재성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까지 짚어보려 합니다.


[도전학생의 이야기]
IQ136의 상위 1% 지능을 가진 준명 군. 중2라는 외모비수기에 지지 않고 잘생기고 귀여운 얼굴과 테리우스 단발의 개성 있는 친구입니다. 수학을 '예쁘고 완벽하다'라고 칭하는 수학천재이지만 노력이 부족한 부분을 부모님은 고민하셨습니다. 뛰어난 집중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그래서 노력한 시간대비 결과는 좋은 편이니 학생은 이 정도 노력에 이 정도 결과면 만족하고 어머님은 속이 터집니다. 영재학교에 가고 싶다면서 토요일이면 스마트기기 사용시간이 12시간을 넘어가니 '영재학교'에 갈 수 있을지도, 간다고 가서 잘할지도 걱정이신 거지요.



  이번 도전학생을 보며 많은 분들이 이 진부하고 오래된 물음을 떠올리시지 않았을까요. 공부는 재능인가 노력인가. 도전학생의 아버지도 수학을 좋아하고 매우 잘하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프로그램 자막에도 유전자를 물려받았다며 '콩콩팥팥(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이라 하더라고요.


  정식샘도 도전학생을 '출력이 굉장히 좋은 스포츠카'에 비유했습니다. 실제로 학생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몰입해서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차에 대해 잘 모르지만 출력이 좋은 차는 단시간에 스피드를 올릴 수 있고 초고속 주행이 가능하겠지요. 그런 스포츠카처럼 짧은 시간만 몰입해도 다른 친구들이 더 오래 많이 공부하는 것만큼 성과가 좋으니 도전 학생은 아직 '노력'의 의미도 필요도 크게 느끼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도전학생과 동갑인 저희 아들이 이번 회차를 같이 보다가 화를 내더라고요. 머리 믿고 저렇게 노력도 안 하는 아이를,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닌 아이를 뭐 하러 출연을 시켜줬느냐고 말이죠. 많은 학생들이 이 지점에서 재능이 있는 친구들은 출발점이 다르구나 하고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생각도 했습니다.


  저 또한 학생 때 굉장한 공부머리를 가진 친구들을 한없이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희 아이 같은 학생들에게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상기시켜주고 싶습니다. 느린 거북이를 보며 방심해서 낮잠을 자는 토끼를 보며 대부분 사람들은 그 '토끼'를 비웃습니다. 그러나 동화책에서 비웃음을 당하는 그 '토끼'가 이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지요. 어린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오래된 이야기들에는 생각보다 많은 세상이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전 학생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능이 사춘기의 허세를 만나 게으름이 된 듯합니다. 똘똘한 친구들 중 많은 아이들이 (특히 불안도가 낮은 남학생들이 흔해 보입니다.) 60을 노력해서 90점을 받는 것이 100을 노력해서 100점을 받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폼나고 똑똑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학생도 중간에 이대로만 하면 될 것 같다는 안일한 말을 하지요. 그러나 그 정도 노력만으로 90점의 성취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공부도 인생도 만만하지 않다는 건 잘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지요.

  

  정식샘도 도전 학생 같은 경우 일반고에서 실패를  좌절하면 그 후론 현실을 회피하며 공부를 '여우의 신포도'처럼 잘하고 싶지 않은 척하며 최소한의 노력마저 안 하게 될 거라고요. 저희 아이들의 친구들이나, 친구의 아이들을 봐도 이런 경우가 간혹 보입니다. 특히 어릴 적부터 똑똑하단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그런 경우가 있어요. 정식샘이 생각보다 학생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계시구나 느꼈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롭슨의 저서 '지능의 함정'에서는 의도한 추론, 편향 맹점, 합리성 장애, 자초한 교조주의 등으로 고지능이 축복이 아닌 저주일 수 있음을 주장하는데요. 사실, 그런 어려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뛰어난 지능을 가졌지만 그 좋은 머리로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머리 좋고 공부 잘했다고 모두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요. 노력 없이 높은 지능만으로는 지식을 채울 수 없고, 많은 지식이 있어도 사유와 성찰 없이는 지혜로울 수도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공부는 재능일까요? 그래도 노력일까요?

 이 질문을 받으면 저는 "공부는 노력인데, 그 노력을 하는 것이 재능이다."라고 대답해 왔습니다. 노력하지 않는 재능은 빛을 발할 수 없으니깐요. 또, 유전자로 물려받았든, 보고 배웠든, 아님 스스로의 노력이었든 '꾸준함'만큼 대단한 재능이 있을까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의 토끼가 우스운 것이 아니라 거북이의 slow and steady가 놀랍지요. 사실 꾸준함만 있다면 대부분의 사교육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교육이 혼자서는 힘든 그 '꾸준함'을 돈으로 사는 것이니까요.

 

  공부에 재능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0.1% 혹은 그 이하만 인정받는 다른 분야들과는 다르게 상위 1%도 상위 5%도 상위 20%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공부는 재능을 떠나 노력해 만한 영역이라고도 하지요. 저는 이 말에 큰 지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니까요. 우리의 인생은 수능이나 내신처럼 등급이나 점수를 매길 수는 없겠지만, 타고난 재능이나 환경만을 탓하고 핑계 대며 한탄하는 사람은 그 자리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우리 인생도 0.1%의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며 성실하게 시간을 쌓아온 모든 인생이 나름의 빛으로 반짝입니다.


공부머리나 재능이 부러운 평범한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과 많은 친구들! 누군가를 이기는 공부가 아닌 나를 이기는 꾸준함을 배우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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