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흔히 말하곤 한다. 시간이 나이대로 흐른다고. 20대엔 시속 20으로, 40대엔 시속 40으로 빠르게 지나간다고. 그 이야기를 웃어넘기던 내가 40대가 되고 보니, 한때 지루하기만 했던 하루가 이제는 정신없이 흘러가는 걸 느낀다. 특히 10월은 시속 40이 아니라 더 빠르게 지나가는 듯하다. 그냥 느낌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10월만 되면 크고 작은 건강 문제가 생기면서 이달을 병원과 약으로 정신없이 보내게 됐기 때문이다.
처음은 2021년이었다. 별것 아닌 작은 시술이었다. 편도가 자주 붓는 데다 혹 같은 것이 생겨 제거하기로 했다. 수술이라기보다는 시술에 가까운 일이었기에 금방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피가 잘 멈추지 않아 밤새 핏덩이를 토하다가 결국 새벽 3시, 응급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두 시간이나 기다린 끝에 지혈은 했지만, 출혈이 계속돼 지혈제로 상처를 누르고 있다가 수술한 병원이 문을 열자마자 달려가 레이저로 상처를 지졌다. 약 기운에 졸리고 먹는 것조차 힘들어하며, 그렇게 2021년의 10월을 보냈다.
2022년 10월, 어느 날 밤이었다. 왼쪽 얼굴에 신경이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에도 힘이 빠졌다. 예전에 구안와사를 겪었던 기억이 떠올라 거울을 보며 얼굴을 움직여 봤지만, 근육엔 이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피부 감각이 둔하고 얼굴 아래로 뜨거운 물이 흐르는 듯한 이상한 느낌에 또다시 새벽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 MRI까지 찍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이후 정밀 MRI를 찍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들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열흘 뒤, 또다시 증상이 찾아왔다. 얼굴이 얼얼할 정도였다. 다시 MRI를 찍고 신경 검사를 권유받았지만, 내 뇌 MRI가 정상이라는 말과 함께 우울증약과 공황장애약을 복용해 보라는 처방을 받았다. 드물게 공황장애가 신경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약을 복용한 후, 다행히 증상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2022년의 10월도 흘러갔다.
2023년 10월 첫째 주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하지만 둘째 주 월요일, 신호 대기 중 갑자기 뒤에서 차가 들이받았다. 뒤에 타고 있던 아주머니가 실수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리셨다고 했다. 그 충격으로 뒷범퍼가 내려앉았고, 처음엔 괜찮았던 어깨와 허리가 며칠 후부터 아파서 결국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렇게 몇 달을 치료받으며 10월을 보냈다.
그리고 올해, 2024년 10월은 감기로 시작해 감기로 끝났다. 감기가 나으려 하면 다시 시작되고, 목이 아프고, 콧물과 기침에 가슴 통증과 오한까지 겹쳤다. 매주 주사를 맞고 링거를 세 번이나 맞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병원에서도 감기가 이렇게 오래 가는 것은 드물다며 여러 검사를 해 보았지만, 결과는 단순한 감기 합병증이었다. 약 기운에 잠이 쏟아지면서도 몸은 쳐지고, 그렇게 올해의 10월도 지나갔다.
이제는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는 평범한 10월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것 같다. 특별한 사건 없이 일상을 살며 맞이하는 시간이야말로 진짜 행복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내년에는 평범한 10월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