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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하여백 Jan 26. 2022

만개

서로가 간직한 아름다움

2016년 1월. 파리에서 생일을 맞았다. 아마 기억을 더듬으면 8인실이었을거다. 와인 한병을 머리맡에 두고 쿠스쿠스 샐러드를 주식으로 삼아 매일같이 먹었다.


이층침대의 내 밑 아래의 침대에서 머무는 할머니는 내가 세계를 떠돌며 여행하는 동안의 묵었던 도미토리에서 만난 가장 나이가 많은 분이셨다. 한창 난민이 이슈였을 무렵에, 난민신청을 하고 프랑스에서 정착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는 중이라했다. 동부 유럽의 어디쯤이었을까. 장기 투숙객 같았다.


나도 적지않게 그 침대를 얼마간 차지하고 있던터라 가벼운 인사나 말들을 주고 받았었다. 어쩌다보니 프랑스의 빈티지 가게를 알려주겠다며 같이 버스를 타고 나섰다. 그 사이에 우리가 나눈 대화. 그녀가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나이가 나같이 들면 멋진 드레스 한 벌과 꽃 한송이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너처럼 젊은 나이 무렵에는 그런 돈은 이런 빈티지 가게에서 옷을 사고, 여행하는데 많이 투자하라고. 나이가 들면 근사한 옷 한벌은 있어야하지만 네 나이 때는 굳이 없어도 아름다운 때야.' 라는 그 대화가.


그렇게 가게에서 우리는 빈티지 옷들 사이에서 서로의 삶을 살폈다. 서로의 아름다움을 나누어가졌다. 그녀는 내가 2주정도 머무는 사이에 체크아웃을 했다. 어딘가에서 그녀는 정착했을까. 나는 그 대화를 지금까지도 간직하고 있다.


언제 어디쯤에선가 정착한 그곳에서 그녀도, 나도 아름다움을 피워내고 있을까. 그러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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