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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Jun 20. 2019

소소한 텃밭이야기

텃밭에서 얻은 육아의 지혜 10가지



들어가는 말


| 그렇게 텃밭을 시작했다.



역사는 B.C. 와 A.D.로 나누어지고,

생활패턴은 B.i 와 A.i로 나누어진다. (Before iPhone vs. After iPhone)


그리고 나의 삶은 B.B. 와 A.C.로 구분된다. (Before Baby vs. After Child)


아이를 낳고는 모든 것이 아이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간, 돈, 행동, 그리고 생각마저도. 뱃속의 생명이 생겼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먹는 것, 입는 것, 생각하는 것, 그리고 행동까지도 모두 나보다는 '아이'가 우선이 되었다. 그렇게 뱃속에서 꼬물대던 것이 세상에 나와 모유를 먹는 동안, 난 그 좋아하는 떡볶이도 먹지 못했다. 매운 우유 나온다고. 진짜로 못 먹었다. 커피도 겨우 마셨다. 그러다가 6개월이 지나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 이유식 맛있게 해 줄 방법을 찾다가 이유식에 들어갈 재료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예상대로 유기농이었다.


다행히 집 가까운 곳에 있는 생협에 3만 원을 내고 회원 가입하고, 친정에 갈 때면 초록마을을 이용했다. 온라인에서 장을 볼 때도 양이 적고 비싸도 유기농을 골랐다. 유기농이 안된다면 무농약, 무항생제를 고집했다. 이유는 단 하나, 이 세상에 공짜는 없기 때문이다. 싼 식재료는 쌀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식재료를 사 먹다 보니, 조그마한 땅만 있으면 내가 직접 야채를 길러서 먹고 싶다는 꿈이 생기기 시작했다. 텃밭을 하고 싶다고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다녔더니, 당시 실장님께서, '텃밭 하고 싶으면 해. 저 건물 뒤편에 몇몇 분이 텃밭을 하고 계셔.'라 말씀하신다. 당장 올라갔다. 정말이었다. 그 자투리 공간에 상추를 비롯한 쌈채소와 고추, 가지, 호박 등 누군가가 텃밭을 일구고 계셨다. 그분께 가서, 나도 텃밭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당사자는 자기 땅도 아니면서 (엄연히 회사 땅), 엄청 인색하게 구셨다. 결국 실패했다.


해가 바뀌고,  작년 봄, 회사에서는 몇 년째 방치되어있던 공간을 개간해 사내 텃밭을 만들었다. 학수고대하며 텃밭을 일굴 기회만 엿보던 나는 드디어 동료들과 함께 쿠바식 텃밭의 8구를 분양받았다. 분양받자마자 모종을 구입했다. 얼마나 땅이 필요한지도 모르고, 어떻게 심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내가 먹고 싶은 작물을 구매했다. 인터넷으로 1차 구매하고, 모자라는 것을 또 2차로 구매하고, 퇴비도 구입하고, 운전을 하다가 '모종 팝니다'라고 붙어있는 외곽의 비닐하우스 화원에 가서도 구입했다. 상추, 겨자, 쑥갓, 케일, 비트, 콜라비, 고추,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샐러리, 깻잎, 루꼴라, 참외, 애호박, 고구마.. 참 많이도 심었다. 그 좁은 땅에.




완쭈가 처음으로 소소한 텃밭에 온 날, 장화와 모종삽, 호미까지 완벽하게 장비를 갖추었다. 꼬마농부의 포스.




온 가족이 신이 났다. 평생 농사일을 꿈꾸던 아빠에게도 활력이 되는 공간이었다. 농사일엔 별 취미가 없는 엄마도 밭에서 갓 수확한 먹거리를 가져올 때면 공짜로 무언가 대단한 걸 얻은 것처럼 좋아하셨다. 내 딸 완쭈도 신이 났다. 안 그래도 바깥 활동 좋아하는 아이를 주말마다 데리고 가서 '공식적인' 흙놀이를 마음껏 하다 보니 작물들의 성장과정을 자연스레 지켜보고, 제 손으로 수확한 것을 식탁에서 발견하는 신비함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물들 사이에서 잡초를 알아보는 안목과 물 주는 법까지 터득했다. 남편도 밭에서 따온 것은 무척 부드럽고 맛있다며 수고의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최대 수혜자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텃밭을 일구면 일굴수록, 자연으로부터 얻는 위안과 지혜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이제 겨우 2년째지만, 그 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자연의 법칙들이 저절로 깨달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연의 법칙은 내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꾼 내 딸 완쭈의 육아에도 은근하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원래 희영이란 나란 사람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꼭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내가 아는 걸 남에게 알려준다고 내 것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꽁꽁 숨겨둘 필요도 없거니와, 이따금 내 이야기가 재밌다고, 또는 도움이 되었다고 피드백을 주는 친구들 덕분에 더 신이 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소한 텃밭으로부터 얻은 지혜를 꼭 나누고 싶은 마음에 이 연재를 시작한다.



| 예고


연재는 총 10편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 10가지를 모두 공개하는 것보다는,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재미있겠지. 그래서 우선 다음 편에서 다룰 첫 번째 지혜를 먼저 공개한다.


첫 번째 지혜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그렇지만 씨를 뿌렸다고 모든 씨에서 싹이 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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