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번째 지혜 : 옮겨 심은 후 며칠은 시름시름 앓는다. 세밀한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이다.
솎아내어 건강한 녀석들을 넓게 옮겨 심어주고 나면, 그렇게 파릇파릇 꼿꼿하게 서있던 아이들도 말 그대로 풀이 죽는다. (모종으로 심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얘가 죽었나 싶을 정도로 푹 쓰러져있기도 하고, 잎이 마르기도 한다. 급기야 누렇게 잎이 변하여 죽어가는 아이들도 생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돌보며 물을 주고, 잘 자라라고 이야기해주고, 너무 쳐져있는 아이들의 잎을 만져준다.
몇 날 며칠을 정성을 쏟아주다 보면 작물 정 중앙에 자그마한 새싹이 올라온다. 그럼 한시름 놓는다. 새싹은 생명의 징표이기 때문이다. 하나하나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작은 고마움을 느낀다. 내가 잘 옮겨 심어 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낯선 환경을 잘 버텨줬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운 것이다.
말 못 하는 식물이지만, 그들도 생명이기에 관심을 필요로 한다. 특히나 변화된 환경에 대해서는 세밀한 보살핌이 없이는 건강하게 자라기 무척 어렵다.
아직 5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이지만, 아이에게도 몇 번의 큰 변화가 있었다.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가며 육아휴직을 했고, 양가의 할머니가 번갈아가며 봐주시다가 재작년 말부터는 (나의 친정엄마이신) 앵두 할머니가 전적으로 봐주신다. 어린이집도 15개월부터 다니기 시작하여 두 군데에서 4명의 담임선생님을 만났고, 5살이 된 올해에는 유치원에 다닌다.
환경이 변할 때마다 아이는 크고 작은 행동으로 변화에 대해 거부감을 또는 설렘을 나타내기도 했다. 때로는 두 가지 감정을 모두 표현하기도 했다. 엄마 아빠가 출근하는 것이 할머니가 오셔서 그런 것 같았는지, 할머니 오지 말라고 자꾸 밀어내기도 했고, 그런 할머니가 집에 가신다고 하면 가지 말라고 울면서 떼를 쓰기도 했다. 어린이집 안 간다고 옷 입힐 때 도망 다니다가도 어린이집 친구들하고 재밌게 놀기도 했으며, 새로 옮긴 어린이집에는 상담 간 날부터 반 친구들과 어울려 그다음 날 소풍까지 함께 가기도 했다. 어린이집 졸업하면서 같은 반 남자아이랑 헤어져서 슬프다고, '이제 어떻게 살아~' 하다가도 새로 다니는 유치원에서 만난 같은 반 남자아이가 너무 웃기다며 이름만 얘기해도 깔깔대고 웃기도 했다.
텃밭을 일구며 몇 번 작물을 옮겨 심었던 경험을 아이의 환경변화에 투영시켜보니, 변화가 일어날 때는 새싹을 보여줄 때까지 세심한 관찰과 보살핌이 필요한 것이었구나, 느꼈다. 내가 바쁘고 피곤하다고, 변화와 적응의 시간에 무뎌지면 안 되겠구나, 다짐했다. 비단 아이에게만 그런 걸까?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 속에서 적응 기간까지는 누구에게나 그런 특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 예고
다섯 번째 지혜 : 작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