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째 지혜 :
넓게 심어야 한다. 간격이 너무 촘촘하면 모두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소소한 텃밭은 이름에서 나타나듯 귀여운 쁘띠(petit) 텃밭이다. 1구는 0.5평 정도로 이케아 아기침대 정도의 사이즈랑 비슷하다. 2년 차 새내기 텃밭 농부는 아직도 욕심이 많다. 되도록 이 작은 텃밭에서 많은 양과 종류의 작물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8구(약 4평)에서 올해 기르는 작물의 종류는 대략 몇 가지일까? 방울토마토, 깻잎, 부추, 도라지, 아스파라거스, 청경채, 대파, 당근, 비트, 아욱, 샐러리, 당귀, 깻잎 등 생각나는 대로 적기만 해도 벌써 열 가지가 넘는다. 게다가 거느리는 식구들이 많으니 뿌린 양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방법은 단 하나, 되도록 촘촘하게 심는 것이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적당한 간격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러나 눈앞에서 씨앗이나 모종을 심어야 할 때면, 어떻게 하면 이것을 다 구겨 넣을 수 있을까만 요리조리 살필 뿐이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 모두 다 심는 방향으로. 그리고 뿌듯해한다. 해냈어!
그리고 다시 최선을 다한다. 물도 열심히 주고, 잡초도 열심히 뽑아주고. 그렇게 가꾸다 보면 알게 된다. 간격이 너무 촘촘한 아이들이 크게 자라지 못한다는 것을. (솎아줄 때와 비슷한 맥락이다.) 상대적으로 넓게 심은 아이들은 씨알이 굵은 결실을 맺고, 너무 가까이 심은 아이들은 모종 모습 이상의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봄에 심은 대파 이야기를 예로 들어볼까? 내가 샀던 씨앗은 분명 '대파'였다. 보통 씨앗 1 봉지에 2000개 정도 들어있으니 신참 농부는 그걸 한 번에 다 심어야 하는 줄 알고 텃밭 1/2구에 모두 뿌렸다. 다시 이야기하면, 1구가 0.5평 정도이니 0.25평에 씨앗 2000개를 다 심었다는 이야기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대부분은 부추보다 얇은 크기로 자라났고, 그나마 튼실하게 자란 아이들도 쪽파의 모습이었다. 우리가 아는 손가락 마디 굵기만 한 대파는 그 안에서 하나도 볼 수 없었다. 이유인즉슨, 너무 촘촘히 모든 걸 심었기 때문이다. 아, 왜 농사꾼들이 땅에 욕심을 내는지 알겠다, 싶었다.
농부들은 넓은 땅에 대한 소유욕이 누구보다도 대단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누구는 800평, 누구는 2000평 이렇게 땅으로 서로의 능력을 과시한다고. 그것은 다만 우리가 아파트 30평, 40평, 50평 이렇게 하는 것과는 성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단순히 크기의 대소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같은 작물이라도 더 넓게 심어 튼실하게 키워낼 수 있는 능력을 비춘달까.
우리는 흔히 '사람은 넓은 물에서 놀아야 한다(?)' 또는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을 듣고 산다. 그래서 더 폭넓은 환경을 경험하기 위해 여행도 가고 유학도 간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사람들이 조금 더 눈에 띄는 일도 많다. 왜 그럴까? 넓은 땅에서 뿌리를 내려야 더욱 자기가 가진 잠재력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영어유치원을 보낼 것인가, 아니면 그 돈을 차곡차곡 모아 영어권 나라에 여행을 다녀올 것인가?
사방이 꽉 막힌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아이 머릿속에 지식과 경험을 구겨 넣을 것인가, 아니면 그 시간에 하늘이 뻥뚤린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며 중력, 장력, 작용과 반작용, 운동에너지, 속도에 대해 온 몸으로 느끼고 배우게 할 것인가? (본인도 즐기면서)
쪽파로 키울 것인가, 대파로 키울 것인가?
그것은 엄마가 바라볼 수 있는 시야, 즉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는 땅의 크기에 달렸다.
| 예고
네 번째 지혜 : 옮겨 심은 후 며칠은 시름시름 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