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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Aug 09. 2019

여섯 번째 지혜 : 잡초는 초장에 뽑아야 한다.



| 여섯 번째 지혜 : 잡초는 초장에 뽑아야 한다.




  텃밭을 하다가 포기한 이들이 있다면, 단연코 잡초 때문이리라. 텃밭을 일구는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그르치게 할 만큼 거대한 장벽은 바로 '잡초'다.


  봄에 땅을 고르고, 씨앗이나 모종을 심고 기르다 보면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소소한 재미들을 느끼게 된다. 이때 올라오는 잡초들은 엄지와 검지로 쏙쏙 들어 올려도 잘 뽑아지니 마치 흰머리 뽑듯이 재미나게 뽑는다. 그 재미에 스트레스도 조금 풀리는 듯하다.


  그러다가 햇빛이 강해지는 여름이 오면서 밭에 나가기가 두려워지다가 장대비가 몇 번 오고 난 후 며칠 만에 밭에 가보면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걸 어쩌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뽑아야 하는데, 뽑아야 하는데, 말로만 하다가 날 잡아서 호미 들고 뽑는다 해도 한 시간은 턱도 없다.



여름비 몇 번 내린 후 텃밭의 모습 : 어마어마한 잡초의 성장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날 가보면, 잡초들은 더 싱싱하고 푸르고 힘 있게 자라난다. 참 희한하다. 그렇게 정성 들여 물 주고 가꾸는 작물들은 툭하면 벌레 먹고, 말라 시들고, 바람에 쓰러지고, 병들기도 하는데 어쩜 이놈의 잡초들은 물 한번 주지 않고 가꾸지 않아도 씩씩하게 잘 자라는 것일까? 게다가 번식력도 엄청나서 장갑을 끼고 양손으로 뽑아 올려도 힘이 부친다. 결국 호미도 모자라 삽으로 뒤엎고, 갈퀴로 긁어모아야 할 만큼 잡초는 거대한 무리를 일군다. 이쯤 되면 잡초는 본질을 뒤엎는 존재로 부상한다.


  '역시 잡초는 초장에 뽑았어야 해.'


  속으로 백번을 외치다가 문득 느꼈다. 아. 잡초는 나쁜 습관과 닮았구나.


  애쓰지 않아도 쉽게 배우고, 빠르게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 삶을 잠식하는 나쁜 습관들. 말하는 습관, 군것질하는 습관, 떼쓰는 습관, 버릇없는 행동, 카시트에 타지 않으려고 우는 것, 그리고 영상 중독 까지. 아이를 키우며 잠시 방심하면 금세 길들여지는 나쁜 습관들이 있다. 하루쯤은, 오늘만, 할머니 만났으니까, 귀여우니까 하면서 한 번 두 번 허용하던 일들이 어느 순간 나와 아이와의 관계를 위협할 정도로 커진 것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처음 발견했을 때 고쳤으면 5분 울고 끝냈을 일을 이미 습관으로 자리 잡은 이후에 고치려면 한 시간도 부족하다. 나 혼자의 힘이 아니라 양육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최대한 많은 전략을 전술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까지도 고려해야 함은 물론이다. 무조건 못하게 하는 것 만이 방법이 아니기에 적절한 '보상'도 생각한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습관을 잡아가면서, 아이뿐만 아니라 나의 습관도 되돌아본다. 이유 없이 SNS 앱을 실행하여 남의 삶을 엿보고, 쇼핑앱에 들어가서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가십뉴스를 찾아 읽는 시간 죽이는 습관들. 누가 하라고 시키지도 않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여가시간의 반을 잡아먹는 이 습관들. 이 습관을 없애려니 너무 어렵다. 책을 읽다가도 한 번씩 들여다보다가 끝내 책을 읽지 못하고, 돈 내고 구독하는 신문과 잡지도 쌓이고, 아이에게도 집중하지 못한다.


  그렇게 필요하다는 운동은 하루에 10분도 하기 힘든데, 어떻게 이런 쓸데없는 짓에 한두 시간을 허비하는 것인가?!


  역시 잡초는 초장에, 나쁜 습관도 초장에 뽑아야 한다.

 

  이미 우선순위를 뒤바꾼 나쁜 습관을 위해 오늘 나도 장갑을 끼고 호미와 삽과 갈퀴를 들어본다.




|  예고


  일곱 번째 지혜 : 기다림. 기다림.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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