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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Aug 02. 2019

다섯 번째 지혜 :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 다섯 번째 지혜 : 작물은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평생 텃밭을 꿈꿔오신 아빠. 그러나 정작 텃밭을 일굴 기회가 없어 일생을 베란다 텃밭에 화초와 몇 가지 채소만을 길러보신 아빠. 그런 아빠가 텃밭을 하기 오래전부터 거듭해서 말씀하신 게 있다.


   '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다.'


  어떠한 노력보다도, '관심'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씀이겠지.


  그래서 나 역시도 텃밭을 시작하며 임했던 자세라면, 최대한 자주 둘러볼 것이었다. 텃밭에서 작물을 키우다 보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성장과정이 놀라워서 매일 들여다보게 된다. 출근길에 들여다보고, 퇴근길에 들여다보면 그 새 자란 모습이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회사일에, 저녁 약속에, 조금 게으름을 피우느라 발걸음을 며칠 멈추고 나면 금방 티가 나는 게 또 농사일이다. 일단 잡초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그리고 비가 따로 내리지 않는 한 물을 주지 않아 시들시들해진다. 마지막으로 수확시기를 놓쳐버린 아이들이 땅에 떨어진다.


  잡초에 대해서는 뒤에서도 이야기하겠지만, 막 올라왔을 때는 엄지와 검지에 약간의 힘을 주기만 해도 쉽게 뽑힌다. 하지만 일주일만 지나도 손가락 다섯 개로 쥐어 뽑듯이 해야 하고, 열흘만 지나도 양손이, 그 이상이 되면 호미가 필요해질 지경이다. 뽑을 때 딸려 올라오는 흙의 양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뿐만인가? 물을 고르게 주지 않으면 오이나 호박 같은 아이들은 꽃이 금방 떨어져 결구가 되지 않거나, 되었다 하더라도 모양이 이상해진다. 결과를 바로잡기엔 너무 늦은 시기이다. 이미 떨어진 꽃은 그 어떤 것으로도 붙일 재간이 없고, 이미 모양이 흐트러진 작물에 물을 열심히 준들은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수확시기를 놓쳐서 땅에 떨어진 토마토나 노각으로 변해버린 오이를 볼 때이다. 싱싱한 열매를 갓 따서 먹은 그 달콤함을 알기에, 수확시기를 놓쳐버린 아이들이 그렇게 아까울 수 없다. 어제만 왔어도,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렇게 열매 끝에 붙어있던 오이꽃은 부지런히 물을 주어야 고운 열매로 성장한다.





  짧게는 몇 주, 몇 개월, 길게는 1년 지어서 하는 농사에도 이렇게 매일의 관심이 필요한데 육아는 오죽하랴. 설마 엄마가, 아빠가, 부모가 그럴까 싶겠냐마는 아이를 키우며 잠시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 방심하는 시기가 생긴다. 몸에 배어 있는 습관들로 인해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일은 반복적으로 해가지만, 마음을 쏟아 아이를 보살피는 일을 게을리하게 되면 아이는 금방 티가 난다.


  먼저 아이 입에서 '엄마 나랑 놀자~'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응? 엄마 계속 니 옆에 있었는데?'라고 반사적으로 대답하지만, 아이의 말과 행동에 '참' 관심은 적었던 탓이다. 몸은 옆에 있었지만, 눈과 손가락은 스마트폰에 고정되어 있고, 입과 귀는 아이의 말에 무미건조하게 반응하며, 엉덩이와 발은 소파에 있지 않았는가?


 여기서 모든 잡무를 멈추고 아이에게 다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때로는 '잠깐만. 엄마 이것만 끝내고 놀아줄게.'라고 계속한다. 그러면 방금 전 '엄마 나랑 노올자~' 했던 아이의 욕구도 더 커진다. '엄마! 나랑 놀아준다며!'라고. '엄마가 이것만 하고 놀아준다니까!'라고 함께 언성을 높이면 그 뒤는 생략. (모두가 예상 가능한 짜증-혼냄-눈물-달램-속죄의 연결고리가 이어진다.)


  그렇게까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이런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의 비밀 무기가 있다. 유튜브.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또는 TV를) 쥐어주고 나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평화가 찾아온다. 두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몸은 편하지만 마음이 조여오기 시작한다. 너무 오래 보면 안 좋을 텐데. 무엇이 안 좋은 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 역시도 '아직' 해답은 아닌 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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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작물이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듯이 아이는 엄마의 숨소리를 듣는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호흡해주는 것. 아이의 리듬에 반응하고, 아이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아이의 시선에 표현해주는 것이 아이를 자라게 만든다.


  물을 주고, 단을 세워주고, 밑거름 와 웃거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자체를 가능케 하는 발걸음이 우선이다.


  희한하게도 주인이 자주 나타나는 텃밭과 그렇지 않은 텃밭은 눈에 보기에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그래서 어른들이 이런 말씀을 하시나 보다.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아이들은 티가 난다.'라고.




| 예고


 이번 글에서 잠시 언급한 '잡초'에 대해서 다음 장에서 할 말이 많다.


 그리하여, 여섯 번째 지혜 : 잡초는 초장에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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