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지혜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그렇지만 씨를 뿌렸다고 모든 씨에서 싹이 나는 것은 아니다.
텃밭을 시작한 첫 해에는 감히 씨앗을 심을 생각도 못했다. 몇 해 전 베란다 텃밭을 한다고 바질 씨앗을 심었다가 단 하나도 나지 않았던, 그 쓰라린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연히 모종을 사다가 옮겨 심었다. 그런데 텃밭을 운영하시는 다른 분들을 보니, 씨앗을 톡톡톡 줄 맞춰 뿌려 놓으니 아주 작은 새싹이 올라오고, 몇 주가 지나자 풍성한 텃밭으로 변해갔다. 아, 우리도 씨앗을 심어보자. 하고는 장마가 지난 뒤 가을농사 때에는 씨앗을 사보았다. 콩, 배추씨, 당근 씨, 쪽파 씨, 시금치 씨 등등.
씨앗봉투에는 무심한 듯 이렇게 적혀있었다. '2000 립'
그렇다면, 씨앗이 2,000개 들어있다는 말이 아닌가? 모종은 종류별로 가격차이가 있긴 하지만, 주로 3천 원에 대여섯 개 정도 한다. 그런데 이 3천 원짜리 씨앗은 한 봉지에 2,000개나 들어있다고?! 그럼 모종에 2,000개가 생기는 것인가? 금방 부자 되겠다, 싶다.
정말 씨앗이 나올까, 이렇게 뿌리는 게 맞긴 한 건가, 긴가민가 하면서 줄 맞추어 씨앗을 뿌렸다. 열흘 정도 지나자 정말 귀여운 새싹이 나기 시작했다. 그 작은 씨앗에 어떤 힘이 있길래 땅을 가르고 올라오는 것일까? 신기하다, 너무 귀엽다, 를 연발하며 아침저녁으로 텃밭에 들르기 시작했다. 정말 콩 심은 데는 콩 싹이 올라오고, 배추 심은 곳에는 배추 싹이 올라왔다. 당근 싹은 처음 보았는데 너무 예뻤고, 쪽파는 너무 신기했다.
하지만 우리가 밭에 뿌린 2,000개의 씨앗에서 모두 싹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뒤늦게 '발아율'에 대한 설명이 씨앗봉투에 적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아율'이라는 것은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단어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발아할 확률, 즉 씨앗에서 싹이 나오는 확률이다. 그러면 우리 텃밭의 발아율은 어땠을까?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고, 종자마다 다르긴 했지만, 50%만 성공해도 대단하다고 여겨질 만했다. 물론 우리가 아주 서툰 농부이었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아주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10개의 input을 투입한다고 해서, 10개의 output이 반드시 나온다는 보장이 없는 것. 아이에게 10가지를 가르친다고 해서 10가지를 습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않는 것. 내가 쏟는 시간과 돈, 에너지의 절대량만큼 결과가 주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는 순간, 나는 왜 이걸 이제야 깨달았지? 스스로 몇 번을 되물으며 반성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쏟고 있는 것은 사랑이 전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자라면서 은근슬쩍 아이에게 거는 기대가 높아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만큼 책을 읽어주면, 이렇게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자주 만들어주면 아이가 내가 의도하는 '부분'이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나도 그렇게 하지 못했으면서.
그렇다면 발아율을 생각해서 더 많은 input을 투입해야 하나? 노노.
그건 다음 편에서 다룰 것이다.
| 예고
두 번째 지혜 : 솎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모든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고 과감하게 솎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