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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Nov 24. 2019

열 번째 지혜 :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 열 번째 지혜 :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어릴 적부터 들어왔던 말이 있다. '공부에도 때가 있다.' '결혼에도 때가 있다.' 등등.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고리타분한 어른들의 잔소리라 생각하고, 일단 거부하고 들지 않았는가. 나는 그랬다. 인생이 다 다른 것을 남들이 한다고 해서 나도 해야 하는가? 남들이 정해놓은 때에 내가 맞춰 살아야 하는가? 등등의 대꾸를 하며 무시하려 애썼다. 꼰대가 괜히 꼰대인가. 자기 경험 들먹거리며 '라떼는~' 하는 순간에 되는 것이 꼰대지. 아무튼, 건방지게 그런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막상 농사를 지어보니, 다른 건 몰라도 농사에는 때가 분명히 있었다. 심어야 할 때, 물을 주어야 할 때, 거두어야 할 때, 등등. 모든 일에는 때가 있었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다고 내 상추가 더 잘 크는 것도 아니었고, 때 늦게 심은 배추는 기대치만큼 크질 못했다. 한마디로 쓰라린 실패를 무수히 경험했다.


  그럼 그때는 어떻게 아는가?


  프로 농부 할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은 '그냥 남들 할 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고추 심으면 따라서 고추 심고, 남들이 고구마 심으면 따라서 고구마 심으면 된다고. 한 주만 늦어져도 정말 늦는다고 그러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남들 할 때 따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지런해야 가능한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나처럼 손바닥만 한 텃밭을 일구는 초보 농부들은 주변에 프로 농부를 만나기도 힘들다. 그러다 보니 도찐개찐 수준인 농사경험과 어렴풋이 주워들은 지식을 나누며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갈팡질팡하다 한 주 두 주 지나간다. 그러다 보면 때를 놓치기 일쑤다. 이럴 때 가장 정확한 것은 '모종 가게' 사장님 조언을 듣는 것이다.


  모종 가게에서는 적기에 심을 모종을 판매한다. 잘 되는 모종 가게는 사실 한꺼번에 10가지 이상을 판매하진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많이 놓여있는 모종이 딱 그때 심어야 할 모종이라는 것도 눈치로 알게 된다. 제철 모종이라고 해야 할까나. 물론, 옆 사람이 뭘 사가는지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종 가게 사장님과 친분을 쌓으면, 적기에 심을 모종 외에도 농사에 대한 유용한 지식도 덤으로 얻게 되니 주말마다 시간만 되면 모종 가게에 드나들게 된다.




2-3주 정도 늦게 심은 무. 분명 동치미 무 인데, 열무 이상으로 자라질 않는다. 흑흑.


  자녀양육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정말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지만 되돌아보면 '와, 벌써 이만큼 자랐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다. 아이를 매일 보는 엄마인 나도 아이를 보며 '와, 진짜 많이 컸다.'라고 감탄할 정도이다. 이런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섬기는 것이 엄마의 역할인데, 그렇게 사회 구성원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교육이 필요한가. 당장에 인사예절이나 식사 매너와 같은 것부터 한글, 숫자, 영어 알파벳까지. 이 모든 것을 시작하는 '적기'는 언제인가?


  요새 주위 엄마들을 보면 '조기'교육 열풍은 예전 같진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가 너무 늦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이 사라진 것은 또 아니다. 약간의 불안감을 가지면서도 조기교육은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제한된 인간관계, 정보 속에서 같은 반 엄마들하고 이야기하면 답이 나올까? 모두 초보 농부나 마찬가지라 거기서 나올 수 있는 답은 '카더라~' 정도의 수준이다.


  그럴 때 우리가 찾아야 할 상담가는 '프로 농부' 또는 '모종 가게 사장님' 임을 잊지 말자. 프로 농부는 이미 자식을 잘 키워놓은 분이 될 것이고, 모종 가게 사장님은 교육현장에서 발을 담그고 있는 내 아이의 선생님쯤 될 것이다. 그분들에게 '때'를 물어보면 나름의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 줄 것이다. 그렇게 들은 이야기를 부지런히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엄마로서 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를 분별하고, 주변 엄마들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자.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도찐개찐인 초보 농부들이나 하는 일이다. 내 아이의 교육의 '적기'를 알아차리는 것은 경험자와 전문가의 조언을 겸손하게 듣는 것이며, 들은 것에 그치지 않고 부지런히 내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 에필로그


열 번의 연재가 끝났다. 늘 글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는데, 이렇게 열 번의 글을 쓰는 것도 꽤나 성실함을 요하는 작업이었다. 사람이 한 번은 경험해봐야 안다고, 시작하기는 쉽지만, 성과를 내기까지는 끈질긴 인내심이 필요하다. 나에게 이 짧은 에세이를 완성하는 것 또한 그런 차원에서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텃밭을 가꾸는 2년은 약간의 수고로움을 더하는 일이었지만, 너무나도 고귀한 경험이었다. 내년에도 텃밭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상황이 된다면 계속 이어나가겠지만, 하게 되더라도 확실히 작년과 올해보다는 욕심을 덜 부릴 것 같다. 텃밭을 일구며 깨달은 자연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이제 자야겠다. 잠이 보약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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