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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모카 Aug 10. 2022

조색을 시도한다

꽃을 다시 그려가기라는 숙제가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그리기 마땅한 꽃을 찾기란 힘들다. 저번에 그려간 꽃은 그리기 아주 힘든 아이라고 하셨기에, 이번엔 좀 더 심사숙고해서 찾아야한다.     

그 와중에 당장 할 수 있는게 없는지 찾아보았다.

있었다.

조색하기!

그냥 색을 섞어서 어떤 색이 나오나 관찰하는 것은 꽤 단조로워 보이는 이름이지만,

실제로 색을 섞고 있으니 평화로운 생각이 들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색이 나오니 신기하기도 했다.

조색은 꽤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어린 아이로 돌아가서, 다시 놀고 있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이런 활동을 하다가 골똘히 생각해야 하는 단계가 있었다. 내가 색을 보는 관점을 아예 바꿔서 생각해야하는 시점이었는데, 이런 변화는 꽤 반가웠다.     

조색을 하는 데 앞서, 백남준의 <그림, 색에 관한 모든 것>이라는 책을 참고했다.

물감을 들기 앞서, 내가 여태 부르던 ‘분홍색’은 이제 ‘명도가 높은 빨강색’으로 부르기로 하자.

다른 색도 이것과 비슷하게, 원색을 기준으로 이름을 부여해보기로 한다. 이렇게 색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다르게 함으로서, 색끼리의 연관성을 알 수 있기에, 조색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색을 나누는 데에는 크게 명도와 채도로 나눌 수 있는데,

명도는 원색에 흰색 혹은 검정색을 첨가해서 바뀌는 색이다.

채도는 원색에 가까울수록 (쨍할수록) 채도가 높은 것이며, 물을 많이 탈수록 채도가 낮아진다고 이해하면 된다.

명도와 채도는 연관되어있으며, 이 둘을 합친 것을 ‘색조’라고 한다.

사실 이 개념은 나에게 꽤 어려웠다. 개념을 파악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는 것보다, 샘플을 보면 이해가 더 쉽다.     

이제는 샘플을 만들어 볼 것이다.     

준비물 관련 사항이다.

-수채 고체물감은 물의 농도에 따라 채도가 달라지니(의도치 않게 샘플 만드는 작업이 어려워 질 수 있다.), 액체 물감을 사용하길 권장한다.

-어차피 곧 아크릴을 배울 것 같아서, 수채물감이랑 느낌이 전혀 다른 아크릴 과슈를 구매했다. 색은 12색 세트 등으로 나온 것을 사지 않고, 흰/검/초(brilliant green)/파(pthalo blue)/노(yellow light)/빨(napthol crimson)/마젠타(brilliant magenta/그레이(nimbusgray)/갈색(burnt umber)/형광 빨강과 노랑 색으로 구비했다. 마젠타, 그레이, 진한 갈색은 조색시 유용하게 쓰이는 색이고, 형광빛은 채도를 올릴 수 있는 색이기 때문이다.

-물감은 여러 색을 섞어야하니 넉넉하게 준비한다.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는 경우, 기존에 쓰던 수채화 붓과 파레트가 망가질 수 있다. 버려도 되는 붓 혹은 아크릴 붓을 준비하자. 파레트는 쿠킹 호일, 혹은 비닐 랩으로 대신하면 간단하게 처리 가능하다. 쿠킹 호일은 은색이어서 물감 색 구분이 쉽지만 반짝여서 눈이 아플 수 있다. 비닐 랩은 바닥에 놓기 전에 물을 살짝 뿌려서 바닥과 접착되도록 하면 간편하게 쓸 수 있지만, 바닥의 색이 어두우면 색을 보기 힘든 단점이 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흰색도 여러 종류로 나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징크 화이트(차이니스 화이트)와 티타니움 화이트 정도로 나뉜다. 징크 화이트는 티타니움 화이트에 비해 투명하고 맑은 흰색이다. (물론 징크 화이트보다 더 투명한 트랜스페어런트 화이트도 존재한다.)


온라인 자료에 따르면 다른 색과 섞었을 때 파스텔톤으로 만들지 않고, 명도만 조절을 하는 역할을 한다. 티타니움 화이트는 조금 더 불투명한 속성이 있는데, 밑 색을 강하게 은폐시키고 완벽한 커버에 가깝게 발색이 된다. 다른 색과 섞으면 파스텔톤으로 바뀐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같은 양의 물감을 사용했을 때의 얘기다.  어떤 하얀색을 쓰던, 충분한 만큼의 물감이 있다면 (같은 비율의 물감을 섞으면, 티타니움 화이트가 파스텔톤의 색을 내는 반면 징크 화이트는 약간 더 쨍한 느낌의 색을 낸다. 하지만 위 티타니움 화이트에 조금 더 많은 양의 색물감을 섞으면 후자와 마찬가지로 조금 더 쨍한 느낌의 색을 구현한다.) 서로가 내는 불투명 색을 구현할 수 있다.


징크 화이트를 사용하면 물감을 덜 쓸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징크 화이트보다 트렌스페어런트 화이트를 쓰면 더 적은 양의 색물감을 쓸 수 있다. 다른 말로는, 같은 양의 색물감을 쓴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순서의 하얀색의 양을 필요로 한다.

트랜스페어런트 화이트>징크화이트>티타니움 화이트)


이번 샘플에는 어떤 화이트를 사용하던지 크기 상관이 없다.


아크릴이나 유화 물감의 경우, 어차피 차폐력이 좋은 물감이기 때문에 차이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들도 물감 종류에 따라 차폐력이 다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같은 원리로 응용이 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샘플을 만들어보자.     

샘플 A.

총 8개의 네모칸을 종이에 (밑 방향으로) 일렬로 그린다. 맨 위는 1번으로 적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숫자가 커지도록 라벨링을 한다. 1번에는 흰색을 칠한다. 2번에는 흰색에 검정을 아주 조금 섞어본다. 3번에는 조금 더 많은 검정을 섞는다. 그렇게 검정의 비율을 늘려가며, 8번째에 해당하는 칸은 검정색만 칠한다.     

1번을 통해, 명도를 비교할 수 있는 차트를 만들게 되었다. 이제는 색이 있는 물감을 사용해서, 명도의 단계를 맞춰보자.     

2. 마음에 드는 색을 고른다. 그 물감의 명도와, 1번에서 만든 색상표의 명도와 비교를 해서, 제일 가까워 보이는 네모의 번호를 찾는다.     

3. 1번에 있는 8개의 네모 옆에, 또 나란히 8개의 네모를 그린다. 여기에도 숫자를 1~8로 나눠서 써준다.     

4. 2번에서 찾은 네모의 번호와 같은 번호에 고른 색을 칠한다.     

5. 위로 올라갈수록 흰색을 더 섞는다. 밑으로 갈수록 검정을 섞는다. 그렇게 8개의 색상을 만들어 본다.     

6. 다른 색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색상표를 만들어보자. 다른 색을 쓰게 되면, 2번 단계에서 찾는 명도번호가 색깔마다 각기 다르다. (물론 같을 수도 있다.)     

5가지 정도의 색을 시도하다보면, 눈 앞에 예쁜 색차트가 만들어져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번 작업에 만족했다면 다음 단계의 작업도 시도해보자.     


샘플 B.

새 종이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옆 방향으로) 8개의 네모를 그려본다.

맨 왼쪽에 있는 순서대로 번호를 매겨준다

맨 왼쪽(1번 네모)에는 빨강, 맨 오른쪽(8번 네모)에는 초록을 칠해준다.

2번 네모에는 빨강에 초록을 아주 약간만 섞어본다.

그렇게 네모의 번호가 높아질수록 초록의 비율을 높여가며 색칠한다.

짠! 신기하게도 중간 즈음에 회색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다. 보색을 섞으면 회색이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다른 색을 섞어도 그런지 확인을 해보자.     

주황과 파랑이 보색 관계이고, 또 노랑과 보라가 보색관계라고 한다. 1:1로 물감을 섞게 되면 회색을 만들게 되는데, 세 회색 모두 빛이 오묘하게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회색의 세계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니, 신기하다.     

샘플 C.

새 종이를 준비한다.

총 8개의 네모 칸을 (밑 방향으로) 일렬로 그린다.

맨 위에는 흰색을, 점점 번호가 내려가면서는 검정을 섞어주며 명도 비교 차트를 만든다.

마음에 드는 색을 하나 고르자. 그 색을 ‘주 색’이라고 부르자. 그리고 이와 함께 쓸 다른 색도 고른다. 두 번째로 고른 색은 ‘서브 색A’이라고 부르자.

주 색을 2, 서브 색A를 1 비율로 섞어준다.

명도 비교 차트에 해당하는 명도를 확인한다.

명도 비교 차트 옆에 일렬로 8개의 네모 칸을 그리고, 가장 비슷한 명도의 색에 해당하는 칸에 색칠해준다.

칸 위쪽으로는 흰색을 섞어주고, 칸 아래로 갈 때에는 검정을 섞어준다.

이제 세 번째 색을 고른다. ‘서브 색B’라고 부르자.

주 색 2, 서브색B를 1 비율로 섞어준다.

7번의 네모 옆에 밑으로 쭉 네모칸을 8개 그리고, 작업을 반복해준다.     

말이 어렵지, 해보면 쉽다. 또 생각하지 못했던 색이 나오기도 하고, 다른 색과 관계가 조금씩 보여서 재미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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