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생을 몇 번 해보니, 꼭 필요한 지우개의 종류가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 내가 필요성을 느끼는 지우개는 총 3종류다.
첫 번째는 톰보우 전문가용 지우개. 우리가 어린 시절에 '저건 전문가용이래..'라며 뭔지도 모르고 동경했던 지우개다. 말랑말랑하고 잘 지우지만, 그만큼 잘 부셔지는 (어렸을 때에는 고작 문제의 답만 수정하면 되었기에 잘 부셔지는지도 모르고 썼다. 어른이 되어 뎃생을 하며 큰 종이를 벅벅 지우면 이 지우개는 몸체가 많이 날아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많이 지우지도 않았는데 맨 위 오른쪽 모퉁이처럼 한 번에 덩어리채 날아간다.)
특성이 있다. 이건 뎃생을 하며 넓은 면으로 착착 종이를 때려주면 연필선이 희미해지는데, 그렇게 그라데이션을 넣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지우개다.
두 번째는 학용품용 딱딱이 지우개. 이번엔 정말로 지우고 싶은 부분을 지우는 용도의 플라스틱 지우개다.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이 어감때문에 잘 안지워질 것 같지만, 요즘 나오는 지우개는 모두 품질이 좋다. 깔끔하게 잘 지워진다. (어렸을 때는 전문가용 지우개가 더 잘 지워지는애라고 생각해서 동경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잘못된 상상이었다.) 일반적인 경우 지우면서 몸체가 덩어리채 날아가지도 않는다. 지우개의 원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친구다. 위의 전문가용 말랑이 지우개만 쓰면, 얼마 쓰지도 않았는데 지우개 몸체가 많이 줄어있어 계속 사줘야하는 마음 아픈 일이 생긴다.
세 번째는 연필처럼 생긴 아주 얇은 지우개다. 쓰면 플라스틱의 마찰 때문에 삑삑소리가 나서 거슬리긴하지만, 아주 작고 미세한 부분을 지우기에 적합한 녀석이다. 빛이 아주 강한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하얗게, 아주 실오라기 같이 작은 부분만 지우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유용하게 쓰인다. 두 번째 지우개는 덩치가 있는 편이기에 지우는 과정에 그림이 가려서 잘 안보이고, 생각보다 조금 둔하게 (여길 지우려고 했는데 0.1cm 빗긴 곳을 지우는..) 지우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