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차쓴게 신의 한 수

by 박모카

어제 컨디션이 안 좋아서 고민하다가 오늘 월차를 미리 올렸었다.

와,, 오늘은 더 안좋았다,,,,,,

속이 울렁울렁

엄마나 이모는 입덧이 없었다는데, 나는 뭐 먹지도 못하겠고 계속 힘들었다.

어제부터 배가 조금 더 나온 느낌이 들었는데, 남편이 벌써 그럴리 없을텐데 그래서 짜증이 났다.

임신 극초기 (2주쯤 되었을때도 이상하게 멀미가 아주 심하게 났고 속이 안 좋았다)때도 "이거 임신 아니야?"하고 장난스럽게 말했을 때에도 벌써 그럴리 없다던 모습이 오버랩되며

배가 커진건 진짜라는 내 믿음이 더욱 굳건해졌다.

미리미리 배가 나와야지 나중에 덜아프지!!

사실 별게 아닌데, 별걸로 다 서운함이 느껴진다.

(남편 말로는 상상임신 뭐 이런식으로 내가 너무 크게 생각해서 배가 보통보다 더 많이 나온다던가 이런걸 걱정했다고 한다. 내 정신이 더 단단해져서 안아팠으면 좋겠다나뭐래나. 나중엔 미안하다고 했다.)


오늘은 회의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했다. 준비하고 해야해서 일찍 출근했다. 어차피 눈치보여서 11시 이후에 출근하는건 못한다. (사람들은 눈치볼일 아니라고 하고, 또 자유롭게 하라고 하지만 방 분위기가 다들 열심히 하는 느낌이라..... )

출근하고 나니 몸이 정말 안좋다는 것을 느꼈다. 메스꺼웠고 밥은 한 숫가락 먹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챙겨준다고 누가 도시락 사줬는데..)

병가를 내고 재택근무 한다고 말하고 싶은데, 너무 임신으로 유난부리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영국에서 인턴 할 때를 떠올려봤는데,

이때는 누가 체크하는 사람이 없어도 한시간씩 일찍 출근해서 한시간씩 일찍 퇴근하고, 이후에 영국 동네 산책을 하며 지냈었다.

캐나다 인턴을 할 때는 왕복 2시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출퇴근을 했었다.

과거의 나를 보면 나는 꽤 성실했던 것 같은데 싶다.

인턴이어서, 업무 강도가 약했던건가 싶었는데 사실 그게 요인은 아니었다. 지금도 정규직이나 오래 일을 했던 분들에 비하면 내 업무는 아주 조금이고, 또 임신했다고 사람들이 배려해주셔서 일이 또 줄었다.

임신은 신체 건강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귀차니즘을 발동 (아가를 위해 더 자야해! 아가에게 신경써! 다른거 하지마! 이런 느낌이다) 시키게 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엔 칼칼한 고기 칼국수를 먹었다

너무 맛있어,,,

엄청 맛있게 배부르게 먹고 나니

(며칠만의 폭식!) 입덧이 사라졌다

늦은 저녁에 먹어서 배가 안꺼진채로 잤는데

그날 밤도 행복하게 잘 잤다

대체로 칼칼한 붉은 국물이 잘 맞는듯하다.


인지부조화가 생겼다.

예를 들면 이런거다.

1. 치즈는 맛있다.

2. 냠 먹는다.

3. 토할 것 같다.

내가 머릿속으로 알던 맛있던 음식이 최근에는 맛이 없어졌다.

속이 많이 메스꺼워졌다는 느낌만 있다.

특히 연어는 한 입만 먹어도 속이 많이 메스껍다.

웃긴게, 내가 좋아하던 맛이라고 생각하면 객관적으로 맛있게 느껴진다. 하지만 주관이 더 크기 때문에 속이 안좋아진다..

이번 주말 사이에는 속이 조금 더 나아졌다.

오늘 월요일에는 출근하는데 콧물이 주룩 났다. 출근을 해야하나 고민이 들었다. 코로나 의심이라고 하기엔, 콧물밖에 안나와서...

급한대로 점심시간에 병원에 가니까 진료는 3시간 후에야 받을 수 있고, 코로나 검사는 내일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자가키트는 이제 아무곳에서도 안판다고 해서 어찌해야하나 걱정했는데, 다시 사무실 가는 길에 편의점에 크게 자가키트 판매한다고 적혀있어서 사서 검사해봤다. 아쉽게도 음성이 떠서 (사실 가양성이 나오길 바랬다. 재택근무 하고 싶다...) 다시 사무실로 조용히 복귀했다.

어제는 아침에 잘 일어났는데, 오늘 막상 출근하는 날에는 아침 잠도 많이 왔다.

이대로 속이 쭉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겨우 임신 8주 5일차 정도 되었는데, 임신 8주~12주 사이가 일반적으로 입덧이 가장 심한 시기라고 한다. 대한민국 임산부들 어떻게 출퇴근하고 다니나 모르겠다. 나는 너무 힘들고 매일매일이 회사 가기 싫은데...)

그저께 토요일에는 시어머니가 국수를 해주고 가셨다. 많이 먹지 못해 마음이 안 좋았다.

입덧 경험자셔서, 임산부가 잘 먹을 수 있는 음식 (느끼한건 최대한 피하고 약간 매콤한 음식)도 가지고 오셨다.

이모는 입덧을 했을 때, 내내 술에 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나도, 곰탕이나 칼칼한 샤브샤브같이 해장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 잘 받는다.

어제는 멀미를 각오하고 쇼핑몰에 다녀왔다. 선웅이가 옷사고 싶다고 해서 갔는데, 가방이랑 애기옷만 사고 나왔다.

최근에는 유튜브 영상을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럽다. 우리가 자주 보는 디스플레이 화면이 얼마나 정신없이, 치열하게 만들어져있는지 새삼 실감했다. 아가들은 얼마나 정신이 없을까.. 역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되니, 계속 자극적이고 우리 뇌에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도록 만들어지는 영상물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유튜브 운영을 조언해준 100만 유튜버가, 화면은 3초마다 전환해줘야한다고 했는데, 참 영상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그리고 영상을 보는 입장에서도 피로가 얼마나 누적될지 상상하기도 싫다. 평소때는 못 느끼던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니 조금은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생긴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요즘엔 옷도 뭘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 직장에 다니니, 후드같은걸 제외하고 나니 입을 옷이 없다. 간신히 하나를 찾아서 입고 왔는데, 답답한 느낌이 영 별로다. 사실 예전에도 좋아하지 않던 옷이지만 세상 불편함은 다 느끼고 사는 입장이 되니 더더욱 불편하다. 입던 속옷도 작아진 느낌이라 새로 사봤다. 아직 입어보지는 못했는데, 잘 맞고 숨쉬기 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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