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덕 짤나는 요즘 약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버티기 힘들다는 생각도 들었다.
친정엄마가 오셔서 도와주시기로 한 날인데, 비가 너무 많이 오기도 하고 일이 바쁘셔서 못 오셨다.
우울했다.
남편이 주말에 오면 집안일이 늘어났다.
그래서 더 괴롭게 느껴졌고 싸우기를 반복하니 힘이 다 소진되었다.
아기 돌보는 힘이 남지 않은 느낌이었다.
오늘은 아기가 쇼파에서 두 번 떨어졌다.
떨어진 것도 처음인데, 두 번이나 떨어졌다.
엄마가 아기를 보호하는데 힘을 쓰지 못 할 정도로 많이 체력이 고갈된 느낌이었다.
오늘 밤에는 아기가 자다가 악을 쓰며 울었다.
잘 잔 이후로, 오늘처럼 이렇게 심하게 울며 일어난 것은 처음이었다.
엄마가 힘든 시기는 아기에게도 힘든 시기인가보다.
아기가 떼쓰면 이제 될대로 되라지 하며 자포자기의 생각이 든다.
나는 세상 최고로 준비된 엄마이고 싶었다. 임신했을 때에는 혹시 아기에게 해가 될까봐, 음식을 골라 먹었고 잠은 항상 넘치도록 잤다. 이랬던 내 바람과는 달리 지금의 나는 무기력했다.
슈퍼우먼같이 열정적이고 뭔가를 하는 원동력이 있던 나에게도, 이런 그늘은 찾아왔다.
남편에게 우울하다고 상담요청을 하자, 햇빛도 보고 밖에 다녔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사실 우울증은 그것을 스스로 하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정말 나를 걱정해서 해준 말이었지만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남편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타입인데, 이 때만큼은 말로서 내 힘듦을 인정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기분이 나아진 후에야, 강이 깊을수록 산이 높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렇게 힘든 시기를 지나면 더 큰 도약이 다가올거라는 희망을 다시끔 가졌다.